"기다려지다!' 12년 만에 한국행 오타니, 숨겼던 아내 전격 공개…'농구선수 출신' 다나카였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단이 15일 새벽 한국에 입국한 가운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참가를 위해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직전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아내와의 '투샷'을 공개했다. 다저스 이적을 직접 선언했던 오타니다운 방법이다.
오타니는 15일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출발했다. 다저스 구단은 출국 전 선수들과 동행하는 일행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서울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오타니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아내를 이번 기회에 공개했다. 가족과 동행하는 경기인 만큼 아내와 동행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그 정체(?)가 드러날 수 있었다. 오타니는 자신이 직접 아내를 공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오타니는 그동안 결혼 사실만 밝혔을 뿐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 언론과 누리꾼들은 오타니의 추상적인 설명을 토대로 그의 아내가 전 농구선수 다나카 마미코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오타니는 지난해 31호 홈런을 기록한 뒤 평소와 달리 홈런공을 돌려받으려다 공을 잡은 팬이 어린이라는 이유로 포기한 적이 있다. 31호 홈런에 유독 의미를 부여한 이유가 두 사람의 등번호를 합친 숫자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오타니는 17번을 쓰고, 다나카는 현역 시절 14번을 달았다. 운동하다 만났다는 점 또한 아내가 선수 출신이라는 근거였다.
일본 언론은 곧바로 반응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속보로 "오타니가 한국으로 출국하면서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오타니는 그동안 자신의 아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 '오타니의 아내가 처음 등장했다', '오타니와 닮았다' 등의 반응이 나오는 등 큰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호치는 "트위터 사진 설명에 '오타니와 아내가 한국으로 향하기 전'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 여성이 오타니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그의 아내인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왼손이 보이지만 반지는 끼지 않았다"고 썼다. 또 "이 포스팅에는 일본어로 '오타니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CG가 아닌가 생각했다', '드디어 미즈하라 아닌 사람이 옆자리에' 같은 댓글이 달렸다"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을 발표한 것처럼 결혼 사실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알렸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사실을 밝혔다.
이날 오타니는 영어로 "나의 모든 친구들과 팬들에게 발표할 것이 있다"며 "나는 다저스에서 내 경력의 새로운 장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와의 새로운 삶 역시 시작했다. 그 누군가는 나의 모국인 일본에서 왔으며 나에게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기대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일본어로는 "언제나 따뜻한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시즌이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은 여러분께 결혼에 대한 일을 알려드린다. 새로운 팀과 새로운 경쟁의 시작에 나선다. 두 사람(과 한 마리)의 힘을 합쳐서 팬들 여러분께 함께 나아가려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따뜻하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결혼)상대는 일본인 여성이다"라고 밝혔다.
오타니가 SNS로 결혼 소식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일본 언론에서도 실시간으로 소식을 타진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LA 타임스의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오타니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결혼을 공식 발표했다. 그의 아내는 일본 출신이라 한다"라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일본 야구 매체 풀카운트는 "오타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결혼을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소란스러워졌다. SNS에는 축복의 코멘트가 쏟아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오타니는 자신의 아내가 된 여성이 일본인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결혼 날짜와 결혼식 진행 여부 등 주요 내용도 빠져 있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다음날 곧바로 취재진과 만났지만 아내의 신상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아내는 일본인이다. 보통 사람이다"고 말했다. '얼마나 알고 지냈나'는 질문에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처음 만난 지는 3~4년 정도 됐다"고 답했다. 스프링캠프 도중 결혼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 자신에게도 그렇고 다른 모든 것을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발표하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했다. 시기에 관해서는, 시기적으로 더 빨리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서류 등 여러 가지 정리해야 할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관계로 조금 지연돼서 오늘이 됐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또 결혼 소식을 스스로 공개한 이유도 알렸다. 그는 웃는 얼굴로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언론)이 시끄럽다"며 "안 하면 시끄러울 것 같았다. 오늘 우선 여기서 발표하고 야구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아내를 공개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론을 통하지 않고, 구단 공식 사진을 통했다.
앞서 오타니는 배우자에 대해 "특별한 것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함께 있어서 즐겁다고나 할까. 어느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맞았다"고 했다. 프로포즈 방법에 대한 질문도 나왔는데, 오타니는 미소와 함께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오타니는 배우자를 일본에서 만났고, 약혼은 작년에 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수술도 있어서 거의 일본에 있지 않았고 비시즌에 이쪽(미국)에 있기도 해 그렇게 밖으로 나갈 일은 없었다. 현재 캠프 중에 왔고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 계획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본을 넘어 세계으로 화제가 됐던 고교 3학년 시절 오타니의 인생 계획표에는 26살쯤에 결혼을 해 아이 셋, 구체적으로 2남1녀를 갖는 목표가 정해져 있었다. 26세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과 결혼을 하고, 28세에 장남이 탄생하며, 31세에 장녀, 그리고 33세에 차남을 보는 구체적인 플랜. 그러나 결혼은 자신의 계획보다 3~4년쯤 늦었다. 오타니는 이를 염두에 둔 질문에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아내를 배려하는 만점짜리 답변을 내놨다.
오타니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한국에 도착한다. 16일에는 고척스카이돔에서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갖고, 17일에는 키움 히어로즈와 스페셜 매치를 치른다. 18일에는 젊은 선수들로 이뤄진 국가대표 '팀 코리아'와 상대한 뒤 19일 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20일과 21일에는 대망의 '서울 시리즈' 본경기가 열린다.
시범경기를 통해 서울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오타니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시범경기에서 무려 타율 0.500과 2홈런, OPS 1.486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는 자신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다저스 동료들과 찍은 '코리안 하트' 사진에 태극기 이모티콘까지 달아 SNS에 게시했다.
오타니는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열린 18세 이하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일본 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다. 한일전에 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2012년 9월 8일 한국이 3-0으로 이긴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2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당시 송준석(전 삼성)이 2루타를, 안중열(NC)이 안타를 기록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오타니가 12년 뒤 7억 달러의 사나이이자 유부남으로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한편 14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번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위해 370~380명이 한국에 입국한다고 알려왔다. 한 팀당 200명 가까운 인원이 찾아올 예정이다. 지구 반대쪽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라고 해서 최소 인원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인원 수에서 드러난다.
먼저 한국에 도착한 샌디에이고 구단 전세기에는 180여명이 탑승했다. 지역 언론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이번 원정에 동행하는 선수는 '택시 스쿼드' 5명을 포함해 31명이지만 이들을 포함한 샌디에이고 구단 전체 원정 인원은 그보다 훨씬 많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 구단 관계자 등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측은 클럽하우스 직원을 평소보다 1명 더 늘리는 등 한국에서 완벽하게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이용하는 전세기는 1등석 10석, 비즈니스석 143석, 이코노미석 36석으로 이뤄졌다. 김하성과 고우석도 이 비행기에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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