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선거 새로 해야”…네타냐후 정권 교체 주장

이본영 기자 2024. 3. 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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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4일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상원 1인자인 척 슈머 원내대표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평화의 장애물”로 지목하며 선거를 통한 교체를 주장했다. 미국 집권당 지도자가 정권 교체까지 거론하며 중동의 주요 동맹국인 이스라엘 수반을 비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슈머 원내대표는 14일 상원 연설에서 “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라고 믿는다”며 “그러나 그가 이스라엘의 최선의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면서 길을 잃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그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희생을 기꺼이 용인했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며 “이스라엘은 외톨이가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대응 과정에서 국제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서 3만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을 강조한 발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피란민 등 100만명 이상이 밀집한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 계획을 놓고도 백악관과 대립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라파 진격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제시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진격할 것”이라고 되받았다.

슈머 원내대표의 발언은 선거로 네타냐후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는 “네타냐후의 연합정부는 10월7일 이후로는 이스라엘의 요구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 중요한 시점에 새로운 선거만이 이스라엘의 미래를 놓고 건전하고 개방적인 정책 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인들은 그들 정부의 비전과 방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이스라엘인 다수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미-이스라엘 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불만 폭발’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적성국에 대해서도 정권 교체를 흔히 말하지 않는다. 슈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유대계 최고위 인사로, 하마스의 공격 8일 뒤 상원 대표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지지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참상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전망까지 흐리게 하자 그가 대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욕주가 지역구인 슈머 원내대표는 미국 유대계 인구의 20% 이상을 대표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 희생 최소화’를 요구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즉각 휴전 요구에 동참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대주는 이중적 행태로 ‘학살 공범’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하며 일부는 사표를 냈다. 이달 5일 미네소타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항의의 뜻으로 ‘지지 후보 없음’에 기표하자는 운동이 벌어져 19%가 이를 택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 쪽이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적으로는 껴안고, 뒤에서는 압박한다’는 전략을 버렸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슈머 원내대표 발언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을 분리시키려는 정치적 계산도 묻어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제대로 압박하지 않는 배경에는 표와 자금력이라는 유대계 미국인들의 힘이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랍계, 청년층, 진보층의 이반도 발등의 불이라, 가자지구 참상과 자신을 무관하게 보이게 만들고 책임을 네타냐후 총리 혼자 짊어지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책임론’이 아니라 ‘네타냐후 책임론’을 미는 것이다.

아랍계나 진보층은 어차피 ‘집토끼’가 아닌 공화당은 백악관·민주당과 이스라엘 쪽의 대립을 이용하고 나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슈머 원내대표 연설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외국의 간섭에는 반대하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스라엘 지도자의 제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이하고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반네타냐후가 아니라 반이스라엘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수련회 연사로 초청하기도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일정 문제로 주미 이스라엘대사가 대신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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