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PF 수면 위로…주요 건설사 최대 10조 손실 폭탄 우려

박종오 기자 2024. 3. 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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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일 줄이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하며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 중심으로 최대 10조원대에 이르는 손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영건설의 경우 충당부채 증가 여파로 '영업 외 비용'이 2022년 1571억원에서 지난해 1조5028억원으로 10배 폭증하며 완전 자본잠식 및 주식 거래 정지의 주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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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와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이 정도일 줄이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하며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 중심으로 최대 10조원대에 이르는 손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전날 회사의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5626억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고 공시했다. 누적 손실로 자본금을 모두 까먹었다는 의미다.

태영건설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핵심 원인은 ‘충당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재무상태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동 충당부채는 1조3889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1058.5%(1조2690억원) 급증했다. 회사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리라 예상되는 부채가 1조원 넘게 늘었다는 얘기다.

충당부채는 미래 지출 발생 가능성이 크고 구체적인 금액 추정이 가능한 부채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판매한 자동차의 무상 보증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수리 비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은 충당부채 추정액만큼 회사의 부채를 늘려잡고 이를 비용에도 반영해야 한다. 태영건설의 경우 충당부채 증가 여파로 ‘영업 외 비용’이 2022년 1571억원에서 지난해 1조5028억원으로 10배 폭증하며 완전 자본잠식 및 주식 거래 정지의 주요 원인이 됐다.

태영건설 충당부채가 대폭 불어난 건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 등 금융권의 피에프 사업장 대출에 회사가 지급 보증 등을 섰다가 미분양 등으로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며 대신 떠안게 된 빚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 쪽은 투자자 안내 자료에서 “(회사의) 직접 채무는 아니지만 그동안 우발채무로 분류돼 왔던 피에프 사업장에 대한 보증채무를 주채무화했다”며 “향후 수년간에 걸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피에프 사업장들의 예상되는 추가 손실에 대한 충당부채 예측분과 결손을 모두 한꺼번에 선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연합뉴스

문제는 태영건설 피에프 사업장의 부실 현실화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아직 비용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고 금액 측정도 어려운 피에프 사업장의 잠재 부채를 ‘우발부채’라는 이름으로 재무제표의 ‘주석’에 써놓는다. 충당부채와 달리 직접 회사의 부채나 비용으로 반영하진 않지만, 투자자들을 위해 잠재된 위험성을 공개하는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피에프 우발부채는 3조6천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 사회간접자본 사업 제외)이었다. 이런 잠재 부채 가운데 3분의 1 남짓이 실제 회사의 부채 부담과 대규모 손실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주요 20개 건설사의 민간 주택사업 피에프 우발부채를 지난해 하반기 기준 약 30조원으로 추산했다. 태영건설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최대 10조원가량의 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는 셈이다. 주요 건설사 중 피에프 우발부채 규모가 5조4천억원으로 가장 큰 롯데건설이 최근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산업은행·증권사 등과 유동성 지원을 위한 2조3천억원 규모 펀드 조성을 확정한 것도 이처럼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기업2실장은 “주요 건설사들의 피에프 우발채무 30조원은 사업 위험이 가장 큰 민간 주택 사업만 집계한 것이어서 재개발·재건축, 민자 사업 등을 포함한 실제 충당부채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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