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세종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제대로 키우자

최태영 기자 2024. 3.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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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원 절대부족, 단원 모집만 여섯 차례
강사·전문연주자 의존, 교육적 효과도 반감
'충청권 유일' 묘미 살리면 인구유입도 기대
최태영 세종취재본부장 

세종문화관광재단은 이달 초 세종시립청소년교향악단(이하 청소년악단) 단원 모집 공고를 냈다. 이달 15일이 접수 마감인데, 13일 현재 지원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10월 22일 창단 후 벌써 여섯 번째 모집이다. 번번이 단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단원은 31명이다. 보통 교향곡 하나를 연주하려면 최소 50명 이상 60명 정도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하다. 바이올린이 1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파트별 균형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튜바나 타악기의 부재는 차치하더라도 목관과 금관의 서로 섞이지 않는 소리를 중재하는 호른은 아예 단원이 한 명도 없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청소년악단은 시민들의 문화향유 충족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단원들의 교육적 목표는 이루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 청소년악단의 정기연주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원이 많아 작은 실수가 잘 드러나지 않는 현악 파트는 물론 돋보이는 선율을 홀로 맡을 때가 잦아 부담이 큰 목관 파트, 웅장하고 강한 울림을 주는 금관 파트까지 절반이 넘는 숫자가 성인 전문연주자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원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까지 무대에 함께 오른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콘서트는 '꼼수' 연주의 극치를 보여줬다. 무대에 여러 개의 스탠드 마이크를 세워뒀고, 마이크 방향이 일제히 지도자들과 전문연주자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악단이 교육은 간과하고 객석의 만족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의아스러운 장면이었다.

매번 전문 연주자들에 의존하는 방식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 전문연주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주회에서 청소년 단원들의 연주가 얼마나 존중받을 수 있겠는가. 이런 연주회는 청소년 단원들의 동기를 상실케 하고 연주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잃게 만들 우려가 크다. 청소년악단은 또래집단 속에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가야 하지 않을까.

예술감독이나 사무국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모집을 거듭해도 단원을 선발할 수 없다. 세종의 인적자원이 절대 부족해서다.

이는 세종시의회가 제정한 '세종시립청소년교향악단 설치조례(2022.10.22.)'의 폐쇄성이 원인이다. 조례에 따르면, 청소년악단 단원 응시자격은 '세종시에 거주하거나 관내 학교에 재학 중인 9세 이상 24세 이하'다.

세종에는 음악학과를 설치한 대학이 없어 인근 지역 대학생 중 세종시에 거주하거나 음악을 배우는 청소년이 단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시민이 내는 세금을 타지 청소년에게까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지역 음악인재들을 위한 교육적 측면에서도, 예산의 효율적 집행 측면에서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그저 폐쇄성 짙은 지역제한에 불과할 뿐이다.

세종시는 예산규모 때문에 번듯한 시립예술단을 보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년악단은 그나마 어렵게 짜낸 묘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충청권 4개 광역단체 중 청소년악단을 보유한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충청 유일의 시립청소년예술단이란 강점을 살린다면 인근 대전이나 공주, 청주 등에서 세종에 정착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음악인의 삶을 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시립예술단은 그만큼 큰 목표 실현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악단이 시민들의 문화향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더 효율적이다. 문화향유에 앞서 중점을 둬야 할 청소년오케스트라의 방향성은 음악을 통해 창의적인 표현과 협업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는 데 있다. 정기연주회 역시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다수의 청중 앞에서 선보임으로써 이들이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세종시와 의회가 문호 개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기대해본다.

최태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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