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줍줍했는데 "주가 왜 이래?"…'국민주' 명예회복 이것에 달렸다

서진욱 기자 2024. 3.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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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켓]<2>중국발 악재 휩싸인 네이버
[편집자주] 미래를 이끄는 테크 기업의 오늘을 전합니다.

네이버 올해 주가 추이. /그래픽=이지혜 기자.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지난 13일까지 1조6490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바로 뒤에는 또 다른 국민주인 네이버(NAVER)가 있다. 개인 순매수 규모가 1조1490억원에 달한다. 개인이 1조원 넘게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유이하다.

개인의 적극적인 사자 행보에도 네이버 주가는 처참하다. 14일 종가는 18만6800원으로 올해 17% 떨어졌다. 지난해 종가 기준 최저가인 17만8300원(10월23일)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 올랐다. 네이버의 주요 경쟁자인 카카오가 1% 상승한 점을 보면 네이버의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8만8565원에 형성됐다. 현 주가는 65% 수준에 불과하다.

네이버 기업 개요. /그래픽=이지혜 기자.
중국 알리·테무 급부상 악재… '대대적 투자' 예고한 알리
네이버를 향한 우려의 시각은 핵심 사업인 이커머스에서 시작됐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플레스와 테무가 급부상하면서 네이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인식이 번졌다. 쿠팡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은 네이버에 반가운 뉴스일 리 없다.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은 이커머스 서비스 '틱톡샵'의 한국 출시를 검토 중이다.

앱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월 기준 알리와 테무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818만명, 58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커머스 앱 중 각각 2위와 4위에 올랐다. 2월 결제금액은 알리 2000억원, 테무 25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테무의 경우 6개월 만에 25배가 늘었다. 지난해 중국 직구 거래액은 알리와 테무의 활약에 힘입어 3조28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21% 폭증했다. 2022년 직구 국가 1위였던 미국(1조8574억원)을 여유 있게 제쳤다.

올해 2월 국내 이커머스 앱 MAU. /그래픽=최헌정 기자.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대규모 한국 투자 계획을 세웠다. 최근 알리바바가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3년간 11억달러(1조4480억원)를 투자하고, 연내에 18만㎡(5만4450평) 규모 통합물류센터를 국내에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규모다. 알리의 한국 상품 판매채널인 'K-venue'(케이베뉴)에는 CJ제일제당을 시작으로 삼양식품, 동원F&B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앱의 한국 상품 전문 채널인 'K-venue'. /사진=알리 앱.
이커머스 사업 성장 둔화, 매출 전망 '하향'
네이버 매출의 26%(지난해 4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이커머스 성장세가 꺾인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4분기 이커머스 매출은 6605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 올랐다. 거래액과 매출 성장이 이어졌으나 증권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이커머스 매출 전망을 2조7320억원으로 기존보다 10% 낮췄다. 지난해보다 7%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중국 플랫폼 부상은 네이버에 악영향만 끼치는 건 아니다. 중국 기업들도 사용자 확보를 위해 네이버 검색·콘텐츠 플랫폼에 광고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 광고 매출이 늘어나는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자발적인 사용자 유입이 이뤄지는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네이버에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

네이버 커머스 매출 추이. /그래픽=이지혜 기자.


미래에셋증권은 중국 플랫폼 부상 악재를 반영해 네이버 목표주가를 31만원에서 26만원으로 16% 내렸다. 임희석 연구원은 "지난해 3조3000억원 규모 추산된 중국 이커머스 규모는 2026년 19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며 "네이버, 쿠팡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에서 상품을 가져와 높은 수수료를 받고 팔고 있던 오픈마켓 사업자의 상당수가 빠르게 대체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우려해야 할 것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7% 수준인 중국 직구 거래액 성장보다는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에서 오픈마켓 비즈니스에 나서 플랫폼 경쟁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믿을 건 인공지능, B2B 수익화 본격 전개
/사진제공=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의 돌파구는 인공지능(AI)에 있다. 검색, 커머스, 콘텐츠 등 기존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신성장동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이버가 전사적으로 뛰어든 과제로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AI 시장에서 입지 강화를 위해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0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기업용 솔루션 '클로바 스튜디오'와 '뉴로클라우드'를 출시했다. 본격적인 AI B2B(기업 간 거래) 수익화에 나선 것이다. 뉴로클라우드는 폐쇄된 사내망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관리형 AI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보유 이슈에 민감한 국내 기업들을 겨냥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1월31일부터 이달까지 '생성형 AI 도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기업고객 확보에도 나섰다. 4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하이퍼클로바X 사용료 발생 등에 힘입어 1259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다.

AI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진출의 선봉장이기도 하다. 최근 네이버는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자회사(아람코 디지털)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랍어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개발과 슈퍼 앱 구축에 나서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에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네옴시티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규모가 1억달러(1318억원)에 달한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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