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 세계적 선사들, 부산 '패싱'…부산항만공사 '고심'

최지훈 2024. 3. 1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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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 협력, 기항지 줄여 제때 운송하는 '적시성' 제고키로
부산항 환적화물 비중 53% 달해…업계 "행정방안 마련" 촉구

세계적 선사 머스크(선복량 2위)와 하팍로이드(선복량 5위)가 내년부터 부산항을 '패싱' 한다. 동북아 환적 허브 항만을 야심차게 준비하던 부산항에는 뜻밖의 악재다. 동북아 환적허브항만을 야심차게 준비하던 부산항만공사는 고민이 깊어졌다.

/사진=하팍로이드 SNS 캡처

제미니 협력, 부산 등 직접 기항 줄여 적시성 제고

최근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결성한 제미니 협력은 내년 2월 출범 이후 유럽~아시아 항로에서 한국의 부산항과 일본, 베트남, 그리고 대만 등을 기항지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밝혔다. 

제미니 협력이 내놓은 계획안에 따르면 아시아 네트워크에서는 기존의 항구들을 통폐합 해 19개 주요 항구(기항지)와 4개의 환적 허브로 운영한다. 환적 허브는 중국 상하이항과 닝보항, 싱가포르항, 말레이시아 펠레파스항 등이다. 제미니 협력은 이 네트워크에 71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배치해 7개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에서 기항지나 환적허브에서 제외된 부산항과 홍콩항, 가오슝항 등은 '셔틀 서비스 항구'로 한 단계 낮아진다. 제미니 협력 선박이 아시아~유럽 노선에서는 부산항에 직접 들어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부산항은 중소형 컨테이너선에 짐을 실은 뒤 이를 직접 기항지에 넘겨주는 기능만 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수출입 업체는 운송 단계를 한 단계 더 거치게 돼 비용이 더 소모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제미니 협력은 운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해운 업계에서는 예맨 후티 반군의 홍해 항로 봉쇄 사태 등으로 화물을 시기에 맞춰 운송하는 '적시성'이 떨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시성이 떨어질 경우 농수산물 등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과 석탄, 석유 등 우리 생활과 산업에 밀접한 원자재들이 약속한 날짜에 들어오지 못하게 돼 전방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기간을 넘기면 화주가 페널티를 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제미니 협력은 거점 항구를 줄이는 방식으로 적시성을 9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부산항만공사 전략 고민…"부산항 가치 '스터디 중'"

제미니 협력의 부산항 패싱 계획에 따라 불가피하게 부산항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기존에는 기항하는 제미니 협력 소속 선박들에 바로 물건을 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셔틀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부터 수출입 업체는 운임료 상승 압력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산항만공사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부산항이 외국적 선사에 줄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선사 동맹별 동향과 니즈에 대응한 전략으로 대형 외국적선사들의 환적허브 결정에 영향을 끼쳐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홍해 항로 봉쇄 사태와 대만-중국 간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해운 운임이 폭등했다가 이제야 안정세를 찾고 있는데 제미니 협력이 이런 계획을 내놓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국내 물류 시장 영향과 함께 공사의 명확한 대책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입을 책임지고 있는 외국적 선사가 한국을 떠나면 운임 가격이 상승하고 그 타격은 결국 수출을 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옮겨갈 것"이라며 "국내외 해운 점유율이 높은 선사들의 사업 계획안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부산항은 전체 화물에서 환적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53%로 과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같은 특성을 살려 환적 허브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환적화물이란 한국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국내 항만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가는 화물을 뜻한다. 허브는 각지로 배달될 운송 화물이 1차로 모이는 각 지역의 핵심 항구를 말한다.

공사로서는 부산항 자체 물량이 중국 등 인접 국가의 항구 물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화주들의 외국적 선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환적 허브 조성이 절실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항과 가까운 상하이항의 경우 부산항에 비해 물량이 2배 이상 많아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데 과거 한진해운 파산 당시 화주들이 물류 대란을 겪은 경험이 있어 국내 선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부산항을 직접 기항하지 않는다면, 물량이 다른 외국적 선사들로 넘어가게 되고 해당 외국적 선사들은 운임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내 수출입 업자들이 '을(乙)'이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HMM을 필두로 국내 선사들이 국내 화주들에게 신뢰를 줄 방안을 찾아야 하고, 부산 공사도 제미니 협력 없이도 해운 운임에 대한 외국적 선사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행정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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