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점심 방심위 직원들이 ‘1인 시위’ 나선 까닭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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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방송과 통신의 내용을 심의하고 감독하는 기구다.
2003년 방심위에 입사한 탁동삼(49) 방심위 명예훼손분쟁조정팀 연구위원은 21년 동안 '최소 규제의 원칙'에 따라 심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탁동삼 위원은 지난해 9월 '가짜뉴스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부임하면서 '통신심의기획팀장' 자리를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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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방송과 통신의 내용을 심의하고 감독하는 기구다. 2003년 방심위에 입사한 탁동삼(49) 방심위 명예훼손분쟁조정팀 연구위원은 21년 동안 ‘최소 규제의 원칙’에 따라 심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방송 심의는 언론의 자유와, 통신 심의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맞닿아 있다. “필요한 때에만, 신중하게 논의해, 최소한으로 심의 규정을 적용”하는 건 “방심위 존립을 굳건히 하려는 노력”이기도 했다.
그런 탁동삼 위원이 보기에 최근 방심위에서 ‘전례 없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이 불거졌다. 위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하던 김유진·옥시찬 등 야권 추천 방심위원이 연이어 해촉됐다.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만 참석한 회의에서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과징금 부과(2월20일), ‘윤석열 대통령 연설 짜깁기 영상’에 대한 접속 차단(2월23일) 등이 의결됐다. 결국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월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김유진 방심위원 해촉에 ‘집행정지’ 판단을 내리며 ‘청부 민원’ 의혹 보도가 “단순한 의혹 제기에 불과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탁동삼 위원은 지난해 9월 ‘가짜뉴스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부임하면서 ‘통신심의기획팀장’ 자리를 내려놨다. 자원해 1년7개월간 맡은 업무였다. 해야 할 일이 남았지만, ‘가짜뉴스 척결’ 업무를 피하고 싶었다. 탁 위원이 외면하는 사이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가 설치되고 동료들이 그 일을 떠맡게 됐다. “참담했다. 오래 함께했던 동료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더는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9월25일 방심위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가짜뉴스센터’ 출범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를 알리기 위해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팀장 11명의 뜻을 모아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정감사에도 출석했다. “위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심의 기준과 원칙들이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하는 탁 위원 옆에는 ‘가짜뉴스’ 심의를 주도해온 류희림 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반발 끝에 ‘가짜뉴스센터’ 운영은 중단됐다(‘신속 심의’ 절차는 남았다).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에도 자리를 지켰다. 탁 위원은 “사무처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심의를 하지 않기 위해 해왔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의견서를 낸 11명 팀장 중 7명이 교체됐다. 일부는 원래 없던 ‘연구위원’이나 지역 사무소로 발령이 났다. 차장으로 강등된 팀장들도 있다. 탁동삼 ‘팀장’도 ‘연구위원’으로 직책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방심위 구성원들은 점심시간마다 ‘류희림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울 양천구 방심위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의견을 모으고 목소리를 낸다.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싸울수록 우리는 당당해지고, 류희림 위원장은 부끄러워진다. 결국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오히려 위원장만 바뀌는 게 아니라 방심위라는 ‘민간 독립기구’의 전반적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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