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재 양성 못자리 ‘학전’ 역사 속으로

이강은 2024. 3. 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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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학(學) 밭 전(田)'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문화예술계 인재를 키우는 못자리 역할에 충실하며 서울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 온 '학전'이 3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학전은 '아침 이슬',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김 대표가 1991년 3월15일 세운 소극장과 극단으로 라이브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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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15일 폐관
황정민·조승우 등 인기 스타 배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배우 등용문
김광석 등 라이브 콘서트도 인기
이름 바꿔 새 단장 후 7월 재개관

‘배울 학(學) 밭 전(田)’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문화예술계 인재를 키우는 못자리 역할에 충실하며 서울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 온 ‘학전’이 3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학전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의 14일 마지막(20회) 공연을 끝으로 15일 문을 닫는다. 이 콘서트는 오랜 경영난에다 설립자 김민기(73) 대표의 암 투병으로 지난해 폐관 소식이 알려진 후 학전과 인연이 깊은 가수와 배우들이 발 벗고 나선 무대다. 출연료도 받지 않고 제작비를 뺀 공연 수익금 전액을 학전에 기부한다.
마지막 공연 찾은 관객들 서울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 온 ‘학전’이 개관 3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폐관을 하루 앞둔 14일 학전 입구에서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학전은 ‘아침 이슬’,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김 대표가 1991년 3월15일 세운 소극장과 극단으로 라이브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다. 대학로의 원석을 발굴해 대한민국 공연계와 가요계를 빛내는 인재로 키워낸 곳이었다.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린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황정민, 조승우를 비롯해 방은진, 이정은, 김무열, 최덕문, 안내상 등 인기 스타가 된 많은 배우에게 학전은 성장 발판이 됐다. 특히 4000회 넘는 공연으로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를 쓴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배우들의 등용문이었다. 설경구는 학전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하철 1호선’에 캐스팅돼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유명 재즈 가수 나윤선도 같은 작품으로 데뷔했다. ‘의형제’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조승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스물한 살 나이에 학전에서 무대가 주는 아름다움과 모든 것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배움의 터전이자 집 같은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물원, 들국화, 김광석, 유재하, 강산에, 박학기, 유리상자 등 실력파 가수들이 꾸민 학전 라이브 콘서트도 큰 인기를 끌었다.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학전 소극장에서만 1000회 공연을 채운 김광석은 학전이 낳은 최고 스타였다. 어게인 콘서트 기획을 주도한 박학기는 “학전은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꿈의 장소였다”며 “김민기라는 사람에게, 학전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학전 폐관을 안타까워했다.

학전은 2004년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 별로 돈이 안 되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공연에도 힘쓰며 입시 경쟁 등에 지친 그들을 위로했다.

앞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 자리를 빌려 새로 단장한 뒤 이르면 오는 7월 재개관한다.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는 김 대표의 뜻을 존중해 학전 이름은 사용하지 않되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와 어린이극 등 학전의 기존 사업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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