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대관식' 다음 푸틴 행보?…우크라전·신냉전 확대하나 [러시아 대선②]
푸틴, 압승하면 '호전 여론'에 부응하는 모습 보여야
북한·중국·이란과 연대 강화…서방과 대치전선 확대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21세기 차르(황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집권이 지역·세계 정세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15일(현지시각) 시작해 사흘 동안 열리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표 끌어모을 것인가에 이목이 쏠린다.
그가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모아 당선한다면 내부적 입지는 건재함을 넘어 견고함으로 표현될 전망이다. 임기를 연장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反)서방 정책 기조에 추진력과 정당성을 얻었다고 판단, 자신의 주장을 강화할 개연성이 크다.
푸틴, 압승 성공하면 '호전적 여론' 만족시켜야
선거의 성격을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내부적으로 얼마나 생명력을 부여할 지를 평가하는 척도로 보는 시선이 러시아 안팎에 팽배하다. 유럽의회 싱크탱크인 유럽의회조사처(EPRS)는 지난 13일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5연임이 확실해 보인다고 예견하면서 문제는 '투표율과 득표율이 얼마나 압도적이냐'라고 평가했다. 그는 "압도적인 투표율은 푸틴 대통령의 유산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맡았던 정치분석가 아바스 갈랴모프는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전쟁 문제에 관한 국민투표가 될 전망"이라며 "푸틴 대통령에 관한 투표는 곧 전쟁에 관한 표결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투표지의)복수 선지가 '푸틴 대통령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라는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질문으로 대체되는 선거"라고 봤다.
지난달 16일 옥중에서 돌연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도 생전 성명을 내어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자신의 행동을 향한 승인의 의미를 갖는 국민투표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전쟁 동의에 관한 국민투표"라고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러시아 정부도 선거와 전쟁 전망이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시인했다고 평가 부분이 있다.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와 2022년 9월 차지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주에서도 선거를 치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선거와 강제로 연관 지었기 때문이다.
압승으로 푸틴 대통령은 반전 여론과 내부 결집 와해를 모두 불식한 뒤 전선에 더 강경한 태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측근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과 석 달 뒤 발표한 부분 동원령으로 인해 불거진 전쟁 지속성에 생긴 의문을 더 강경한 태도로 지워버릴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경론에 힘입어 공세를 강화하고 또 다른 부분 동원령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협상에 나서더라도 더 강한 주장을 펼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부에서 푸틴 대통령은 협상장으로 나아가더라도 호전적 민심을 만족시킬 더 큰 보상을 받아야만 전쟁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선거의 결과로 전보다 빠른 전쟁 열차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북한·중국·이란과 연대로 서방과 대항할 근지구력 강화
푸틴 대통령도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민족주의·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항하는 반서방 기조를 유지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2월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 나서 5기 정권 목표로 주권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주권국이자 자급자족하는 나라가 될 것인 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 것인 지를 기억하고,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아이들에게도 일러줘야 한다"라며 "러시아는 일부 국가처럼 소시지를 대가로 주권을 포기할 수 없고, 누군가의 위성국가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유럽연합(EU)과 나토에 손을 내밀어 온 우크라이나 등 친(親)서방 국가를 직격한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정당화 명분으로 사용됐던 나토의 동진과 마찬가지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서방으로부터 포위된 러시아를 강조하는 정치적 수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맹방·우방과 결속을 다지면서 반서방 전선을 형성해 북한·중국·이란과의 연대를 한 차원 높여 체제 지속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높은 득표율과 투표율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푸틴 대통령은 중국·북한·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과의 연대를 긍정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마르지 않는 샘'으로 평가받던 서방 지원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과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자체 군수품 생산과 더불어 북한의 포탄과 이란의 무인기(드론)로 보급선을 유지하는 것이 그 예시다.
동시에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신흥 경제국 공동체인 브릭스(BRICS)와 공조를 유도해 서방의 대안적 체제로서 러시아의 존재를 부각할 수도 있다. 소련권 국가와 글로벌 사우스를 결집해 국제사회에서 지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러시아의 대표적 행태다. 특히 브릭스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편입시키고, 맹방 벨라루스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이에 해당한다.
관계국도 러시아의 권위주의 체제와 발맞춰 독재·과두제적 권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중앙집권적 이웃 맹방 벨라루스에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1994년 공화국 수립 뒤 '초대'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다. 루카셴코는 지난달 7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야권 활동이 자신을 선거 도전으로 이끌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중국도 올해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2인자인 총리의 위상 약화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체제 강화를 부각하고 막을 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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