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요원서 현대판 차르로' 푸틴, 스탈린 넘어 '30년 집권' 시대 연다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지난 24년간 러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가 이번주 대선에서 확정된다. 2020년 헌법 개정으로 종신집권의 시대를 연 푸틴은 어떻게 가난한 시골 소년에서 전쟁범죄를 일으킨 독재자 자리에 오르게됐을까.
지난 1952년 구소련 해안 도시 레닌그라드, 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난한 노동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푸틴은 갱단으로 득실거리는 마을에서 자랐다.
이에 푸틴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12세 때 처음으로 유도를 시작했고 18세가 되던 해엔 전국 주니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는 실력을 갖추게됐다.
유년시절 푸틴은 '위험한 세상에서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싸움이 불가피할 때는 상대방이 일어서지 못할정도로 먼저 세게 쳐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됐다고 한다.
그는 16세가 되던 해에 국가보안위원회(KGB) 본부 건물에 들어가 장교에게 KGB 요원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군복무나 학위를 이수해야 한다'는 장교에 답변에 그는 '어떤 학위가 가장 유리한지' 되묻기도 했다.
그렇게 푸틴은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께 KGB의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에 입성할 수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날 밤, 푸틴은 동독 드레스덴의 러시아 정보부 건물 주변에서 성난 폭도들을 마주했다. 푸틴은 모스크바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인지하고는 홀로 총을 들고 '건물에 침입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군중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건물안에 무장경비원은 커녕 소수의 요원들만 있었지만, 지레 겁먹은 폭도들은 곧 흩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20여년이 흐른 뒤 푸틴은 FSB의 수장,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 보리스 옐친 정권의 총리직을 거치며 정계에서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옐친이 건강 악화로 사퇴하자 푸틴에겐 권력의 기회가 찾아온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 도시 곳곳에서 일련의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푸틴은 체첸 반군을 비난하며 전쟁을 일으켰고 국민들에게 승전 소식을 타전했다. 이를 계기로 푸틴은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또 러시아의 지지를 받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 중단 방침으로 촉발한 반(反)정부 시위로 인해 2014년 2월 국민들로부터 퇴출됐을 때 푸틴의 대응은 단호했다.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 국민과, 군 시설 보호가 필요하다며 특수부대를 전격적으로 보내 전략적으로 중요한 크림반도를 장악하도록 했고 주민투표를 신속하게 치른 뒤 2014년 3월 자국으로 영토를 합병시켰다.
푸틴은 장기집권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집권 초기에 그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방 정부와 사법부 등을 장악하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켰다.
체첸 반군과 올리가르히 문제를 처리한 뒤 푸틴은 러시아의 경제 회복과 국민들의 도덕성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특히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세법을 간소화시켜 외국 투자자들에게 러시아에 투자하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이 결과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1999년 1960억 달러(약 258조원)에서 2021년 1조7000억 달러(약 2242조원)규모로 10배 성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구매력평가(PPP) 기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국가에 올랐다.
선전물을 통해 민심도 사로잡았다. 국민들은 상의를 벗은 채 말과 곰에 올라 타면서 마초적 이미지를 과시한 푸틴을 숭배하며 알코올 중독에 시달린 옐친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4년 연속 선정됐을 정도로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하지만 반대파들에겐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비밀경찰 출신의 측근들에게 정부 요직을 독식하게 했고, 잃어버린 제국을 회복시켜 '강한 러시아'를 만들기 위해 국가주의를 부채질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푸틴의 5선이 확정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러시아 대선은 오는 15일부터 사흘간 실시된다. 푸틴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의 임기는 6년이나 추가돼 최소 2030년까지 정권을 유지하게 된다.
그는 구소련을 가장 오래 통치한 지도자 조셉 스탈린(1922~1952년, 30년 집권) 이후 18년간 재임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의 임기를 제치며 독재 체제를 굳히고 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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