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이제 당신 선수예요" 축구장에서 들은 감격적인 답변, 고척돔에서 역사가 시작된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 투어가 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오는 20~21일(이하 한국시각)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년 메이저리그 월드투어의 첫 이벤트인 '서울시리즈' 일정에 공식 돌입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15일 새벽 인천공항에 먼저 도착했다. 다저스는 같은 날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 오전 피닉스 스카이하버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공항 도착 예정시간은 15일 오후 2시30분이다.
양팀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과 인터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스페셜 게임으로 17일 다저스-키움 히어로즈, 샌디에이고-팀 코리아, 18일 샌디에이고-LG 트윈스, 다저스-팀 코리아 등 4경기가 열린다. 개막전을 준비하는 양 팀의 최종 리허설이다.
서울시리즈에서 전세계 야구팬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라고 봐야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전세계 스포츠 역사상 단일계약 기준으로 최대 규모인 10년 7억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그가 다저스를 선택한 것은 참으로 운명적이다.
다저스와 오타니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저스는 오타니가 일본 이와테현 하나마키히가시 고교에서 명성을 떨칠 때부터 추파를 던졌다. 고교 졸업 즈음 계약 단계까지 갔었지만, 당시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를 먼저 경험하겠다며 후일을 기약했다. 이어 2017년 말 오타니가 포스팅 시장에 나왔을 때 다저스는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냈으나, 이번에는 투타 겸업을 강력히 바라던 오타니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LA 에인절스에 양보해야 했다.
그리고 또 6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야구 역사상 최고의 위치에 오른 오타니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다저스와의 계약 과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드라마틱하기도 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10일 자신의 SNS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모든 팬들과 관계자분들께 사과드린다. 내가 뛸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했다"고 직접 밝혔다.
그가 다저스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현지 매체 보도도 아니고 관계자의 전언도 아닌, '본인피셜'로 알려졌다는 건 굉장히 뜻밖이었지만, 동시에 '오타니다웠다'.
그 직전 사연도 있었다. 오타니가 토론토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MLB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12월 9일 자신의 SNS에 '소식통에 따르면 오타니가 오늘 토론토로 향했다. 오타니의 소속사는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현재 오타니는 아직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 직후 오타니가 여전히 LA에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오보로 밝혀지자 모로시 기자는 '저는 오늘 오타니가 토론토로 출발했다는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된 보도를 게시했다. 전 세계 야구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사죄의 글도 올렸다.
그리고 다음 날 오타니는 본인이 직접 SNS에 다저스와의 계약 사실을 전한 것이다.
그런데 오타니의 에이전트 CAA스포츠 대표 네즈 발레로가 토론토행 오보가 나온 직후 다저스 구단에 오타니의 '결심'을 먼저 알린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니까 발레로가 '오타니가 다저스의 오퍼를 받아들였다'는 답을 구단에 통보해 줄 시점으로 모로시 기자의 오보 직후를 택했다는 얘기다. 더 이상의 억측과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LA 타임스는 14일 '오타니 쇼헤이의 신비로움이 다저스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타니 계약이 알려질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끝난 토요일(현지 시각) 오후, 오타니의 토론토행 오보가 나온 직후 발레로는 오타니가 다저스행 결심을 굳혔다는 걸 다저스에 먼저 알리고 싶었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프리드먼 사장은 오렌지카운트의 한 축구장에서 열린 아들의 경기를 차안에서 참관하면서 영입을 추진 중인 선수와 영상 미팅을 하고 있었다.
발신자가 오타니의 에이전트라고 뜨자 프리드먼 사장은 영상 미팅을 바로 중지하고 전화를 받았다.
프리드먼은 당시 상황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오타니가 무슨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영상 통화를 끄고 아이패드를 옆으로 치웠다. 전화를 받으면서 차문을 열고 필드 밖으로 나갔다. 세 마디가 들려왔고, 모든 게 바뀌었다"고 했다.
발레로가 전한 세 마디는 "당신이 이겼어요(You got him)"였다. 프리드먼이 "잘 못 들었다(Excuse me?)"고 하자 발레로는 "당신이 이겼다고요. 오타니는 이제 다저스 선수란 말입니다"라고 반복했다. 그리고 오타니가 SNS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스탠 카스텐 CEO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마치 선거결과를 보는 것 같았다. 내부 정보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TV와 트위터, X를 뒤져 볼 뿐이었다. 우리가 특별히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기억했다.
LA 타임스는 기사에서 다저스 역사를 수놓은 전설로 인종의 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 연고지를 브루클린에서 LA로 옮긴 직후 3번의 사이영상을 받고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샌디 쿠팩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돈 드라이스데일과 돈 서튼, 1980년대 다저스 전성기를 이끈 오렐 허샤이저와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그리고 최근 10년간 다저스 전성기를 이끈 클레이튼 커쇼를 꼽았다.
그러면서 '계약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오타니가 필드의 재능을 넘어 광범위한 방법으로 팬층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했다. 오타니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프리드먼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지금 이 시대를 다저스의 황금기로 기억되게 만드는 것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타니와 계약한 것은 우리가 봤을 때 그 가능성을 분명히 높여주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 출발이 되는 오타니의 다저스 데뷔 무대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 또한 뜻깊고 역사에 남을 사건임에 틀림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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