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마포을]함운경 "썩은 정치 아웃" VS 정청래 "격전지 아닌 격차지"
타지인 유입 많아 유권자 성향 다양화…재개발 등 민감
함, 운동권 청산 앞세워 민생형 후보…낮은 인지도 약점
텃밭 사수 정청래, 높은 인지도 장점이지만 호불호 뚜렷
[서울=뉴시스]강주희 하지현 기자, 우지은 수습, 이현주 수습 = 서울 마포을은 4·10 총선에서 손꼽히는 격전지 중 하나다. 서울의 '한강 벨트라인'인데다 86운동권 대표주자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전향 운동권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국민의힘)이 후보로 나선 '운동권 빅매치'로 유권자들의 집중 관심을 받는 곳이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도 이 곳에서 거대 양당의 빈틈을 노린다.
마포을은 전통적으로 야권 지지세가 강한 곳이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타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유권자 성향 또한 다양해져 판세를 전망하기 어려워졌다. 노후 빌라가 밀집한 망원동과 성산동에선 재개발 문제가, 유동 인구가 많은 연남동, 상수동 등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이 지역구 총선판을 흔들 이슈로 꼽힌다.
우선 마포 토박이들은 "지지할 정당, 찍을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다. 정치 불신도 상당하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만난 자영업자 홍모(60)씨는 "투표를 해야 하는데 우리 동네는 찍을 사람이 너무 없다"고 했다. 망원시장에서 작은 국숫집을 운영하는 홍씨는 그동안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낙후된 주거환경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며 불평했다. 마포구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박모(79)씨도 "요즘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푸념했다.
일부 주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 70대 남성은 "구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눈에 안 보인다"며 "국회의원의 80%가 범죄자, 전과자라는데 정말 한심하다"고 했다. 수산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60)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투표 자체를 안 하겠다. 둘 다 별로고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운동권 청산론' 함운경 "썩은 정치 치워내야"
여야 후보들은 지역구를 누비며 민심잡기에 나섰다. 전략공천된 국민의힘 함 후보는 '생선장수 함운경' 이라 새겨진 빨간 점퍼를 입고 성산동 일대 상점과 경로당을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호남 출신인 함 후보는 전북 군산에서 8년간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함 후보는 "생선을 다룰 때 제일 중요한 건 신선도"라며 "싱싱한 정치로 20년 동안 고인 정치, 썩은 정치를 물러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함 후보자는 '운동권 청산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 쟁취·민주 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함 후보는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해 투옥되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탈운동권으로 전향해 민주화운동동지회를 결성했다. 운동권 인사들 중 보기 드문 전향 인사로 '운동권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한 위원장의 러브콜을 받았다.
함 후보자의 약점은 낮은 인지도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불출마 후 투입돼 선거운동 자체도 늦었다. 성산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함 후보가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계속 당선되면서 바뀌는 게 없다"며 여당 후보에 관심을 보였다.
함 후보는 이념 대결보다 지역 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지역 최대 현안인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 건립 문제를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는가 하면, "주민들에게 직접 싸울 무기를 줘야 한다"며 당에 지역이슈를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성산동 일대에서 만난 호남 출신 주민 박모(82)씨는 "함 후보가 정 후보보다 더 세게 (운동)하지 않았나. 군산 사람이라고 하니 더 신이 난다"며 "정 후보는 소각장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정 후보 지지율이 높아도 (함 후보가)한번 잘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구 탈환에 나선 국민의힘도 함 후보 지원 사격을 준비 중이다. 오는 18일에는 '험지 출마'와 '헌신'을 강조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마포을을 찾아 함 후보와 함께 망원시장에서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 "그래도 민주당 찍어야죠" 텃밭 수성 나선 정청래
정 의원은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에서 출근길 인사로 유세에 돌입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마포는 정청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정 의원을 알아본 시민들은 사진을 요청하거나 악수를 나누며 정 의원을 응원했다.
3선 의원으로 지역구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정 의원은 언론의 격전지 조명으로 인지도가 낮은 함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는 상황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뉴시스와 만나 "마포을은 격전지가 아니라 격차지"라고 잘라 말했다.
4선 중진에 도전하는 만큼 공약은 지역 밀착형으로 맞췄다. 주요 현안인 서부광역철도 조기 착공과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 전면 백지화를 비롯해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 성산시영 아파트 재건축 등을 내걸었다.
전국에서 여성 유권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답게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추진도 약속했다. 망원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오모(53)씨는 "재개발도 여러 번 엎어졌고 옛날 아파트들이 많다"며 "쓰레기 소각장 문제가 제일 크다"고 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허모(70)씨도 "재개발, 재건축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 바람을 타고 국회에 입성한 정 의원은 마포을에서 3선을 지냈다. 18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야권 지지세를 업고 금배지를 달았다. 특유의 화법과 전투력으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찐명(진짜 친명)'으로 통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의 호불호가 제법 갈리는 편이다.
정 의원이 과거 학원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마포구에 살았다는 복권 판매점 사장 정모(40)씨는 "처음에는 깍듯하게 인사하더니 요즘은 오만방자해졌다. 이번에는 꼭 여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마포구에서 51년 거주했다는 최모(70)씨는 자신을 '오리지널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하며 "정 의원이 당선돼 경제를 살려야 한다. 국민의힘 찍은 사람들 중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판세는 정 의원에게 유리하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8~10일 마포을 거주민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은 41%로 함 후보(32%)을 9%p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8~9일 마포을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도 정 의원은 49%, 함 후보는 33%를 기록했다.
망원동과 성산동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재개발 이슈와 최근 늘어난 젊은층 유권자들의 표심이 마포을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쓰레기 소각장 건립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마포구 상암동을 소각장 부지로 선정하면서 지역에선 '전면 취소'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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