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비트코인, 1억 뚫었는데 2억 갈까?… MVRV 지표에 힌트 있다

코인 가격 전망 때 쓰이는 MVRV
지수와 추세 활용해 고·저점 가늠
“경제 상황 등 여러 지표 고려해야”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비트코인 MVRV가 2.5를 넘어서면서 비트코인 지갑들의 평균 수익률은 150%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11월, MVRV가 2.5를 기록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점을 경신하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29일,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X(옛 트위터)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4일 연속 1억원을 웃도는 가격대에서 최고점을 경신하자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현금화해야 할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어 더 사들여야 할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아직 비트코인 투자를 하지 않은 이들도 ‘지금이라도 사야 할까’ 생각하지만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워한다.

변동성이 크고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비트코인 가격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거의 가격 추이와 비교해 투자에 참고하는 방법이 있다. 조선비즈는 가상자산 분석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MVRV(Market Value/Realized Value) 분석을 통한 비트코인 시장 판단 방법을 알아봤다.

MVRV는 코인의 시가총액(Market Value)을 실현시가총액(Realized Value)으로 나눈 값이다. 실현시가총액이란 각 코인의 전체 발행량 중 거래가 활성화된 코인의 최신 거래 시세를 총합한 수치다. MVRV는 현재 코인 가격이 고평가 혹은 저평가돼 있는지, 시장 가격의 고점 혹은 저점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지표는 크립토퀀트나 블록체인닷컴 등 여러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에서 무료로 찾아볼 수 있다.

MVRV를 찾았다면 기준점을 파악할 차례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MVRV가 3.7을 넘어서면 시장이 과열돼 가격이 고점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반대로 MVRV가 1을 밑돌면 코인 가격이 저점이어서 분할식 매수를 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추천한다. MVRV 지수가 높을수록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예상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그렇기에 수익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작용해 시장의 매도 압력 또한 같이 커진다.

지난 2021년 상반기 MVRV(보라색 선)와 비트코인 가격(검정색 선) 추이. MVRV가 비트코인 최고점 신호를 나타내는 3.7(빨간색 원)에 오르자 곧이어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 조정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MVRV가 3.7을 넘긴 날은 11일이었다. 4월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점차 하락한다. /크립토퀀트 갈무리

가장 마지막으로 MVRV가 3.7을 넘긴 시점은 2021년 3월이다. 당시 2021년 시작과 함께 비트코인은 2개월 만에 가격이 2만달러 뛰어 3월엔 6만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MVRV는 그해 1월부터 3월까지 네 차례 3.7을 넘어서며 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결국 비트코인은 4월에 6만3000달러를 터치한 후 점차 내려앉아 7월엔 2만900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져 ‘크립토윈터’(가상자산 침체기)가 시작된 2022년 6월부터 MVRV는 지속해서 1을 밑돌았다. 저점 매수 신호에 불이 들어왔지만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이 연이어 발생하며 가상자산 시장이 신뢰를 잃었던 시기라 좀처럼 시장에 돈이 풀리지 않은 때였다. 시장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MVRV도 2023년 1월까지 1 부근에 머물렀다.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MVRV 추세다. MVRV 수치가 상승하면 매도 압력도 커지지만 수치가 떨어지면 매도 압력은 떨어진다. 즉 MVRV가 상승할 때,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팔려고 들어 비트코인 시세가 내려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짧은 기간 동안 MVRV가 크게 뛰는 상황은 단기 조정이 닥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

MVRV는 연초 2를 돌파한 후 지난달 28일엔 2.5를 뛰어넘었다. 14일 기준 비트코인 MVRV는 2.75를 기록해 3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MVRV만 보고 판단하면 고점 신호인 3.7에는 도달하지 않아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로 오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상승세가 가파르기에 투자자들은 MVRV 상승세를 주시하며 단기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올 1월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비트코인 MVRV(보라색 선)와 비트코인 가격(검정색 선) 추이. 올해 들어 비트코인 MVRV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크립토퀀트 갈무리

MVRV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MVRV도 만능 지수는 아니다. 매매 기록을 바탕으로 하는 지수이기에 MVRV 기반 분석은 과거 행동 패턴이 반복될 것이란 가정 아래 이뤄진다. 최근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단기간 큰 자금이 유입되는 등 선례가 없는 새로운 상황에선 MVRV를 통한 분석이 과거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별 크립토퀀트 연구원은 “MVRV는 현재 코인 가격의 고평가·저평가 판단에 유용하지만 MVRV 단일 지표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영향으로 시장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많이 늘어난 만큼 6개월 이내 단기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나타내는 ‘단기간(STH) MVRV’ 지표를 함께 활용한다면 투자 수익 대비 리스크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