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오늘 주총…28년 만에 ‘회장직’ 부활하나

황진중 기자 2024. 3.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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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직원들 “특정인 위한 자리…창업주 정신 훼손“
유한양행 “글로벌 50대 제약사 위해 선제적 직급 유연화 조치”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유한건강생활 자료)/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고(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000100)이 회장직 신설로 내홍을 겪고 있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정신을 몸소 실천한 기업인으로 평가된다. 유일한 박사가 세상을 떠난지 반세기가 지났지만(올해가 53주년) 그의 애국애족 정신과 숭고한 기업이념은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인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유한양행은 15일 오전 10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김열홍 유한양행 R&D(연구개발) 사장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등 5명의 이사 선임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다.

그리고 또 하나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될 시 유한양행에서 회장‧부회장 직제는 1996년 이후 28년 만에 부활한다.

유한양행 일부 직원은 특정인을 위해 회장직을 신설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에서 그간 회장직에 오른 인사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그의 최측근인 연만희 전 고문뿐이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직급 유연화 조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를 바라보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 회사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과 기존 기업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니냐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 사유화 대신 사회 환원의 책임을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30년간 회장 없이 직원 출신의 사장이 가능한 경영체계를 유지해 왔다.

익명의 유한양행 직원들은 회장직 신설이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면서 회사 앞에서 트럭을 활용한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트럭 시위는 유한양행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모금으로 이뤄졌다. 모금에는 임직원 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전 임직원 수는 1900명이다. 유한양행 임직원 6분의 1(1/6) 규모가 참석한 셈이다.

유한양행은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관을 개정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인재 영입 시, 현 직급대비 차상위 직급을 요구할 시 글로벌 연구개발(R&D) 중심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우수한 외부인재 영입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1969년부터 지속된 전문경영인 체제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 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사회 멤버는 사외이사 수가 사내이사 수보다 많으며, 감사위원회제도 등 투명경영시스템이 정착화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현재까지 한 세기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그래왔듯이 향후에도 ‘진전 & 진실’(PROGRESS & INTEGRITY)이라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모든 임직원이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나아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면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한양행 회장직 신설 사태를 바라보는 제약바이오 업계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뉜다. 회사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것과 기존 기업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A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회사에서 정한 방침은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 결정하는 것으로 본다. 다양한 우려에 대해 검토한 후 진행했을 것”이라면서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특정되고 있는 전 임원이 그러지 않겠다고 일축한 것도 있으므로 외부에서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유한양행 직원들은 기존 회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유한양행이 회장이 없다고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회장이 있다고 리더십 등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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