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던 샌디에이고의 막판 ‘깜짝 빅 딜’..시즈는 과연 성공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샌디에이고가 깜짝 선택을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3월 14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빅 딜'을 단행했다. 유망주 3명과 필승조 불펜투수 한 명을 내주고 에이스급 평가를 받는 선발투수를 영입했다. 바로 딜런 시즈다.
샌디에이고는 화이트삭스에 투수 유망주 드류 소프, 자이로 이리아테, 외야수 유망주 사무엘 사발라, 불펜투수 스티븐 윌슨을 보내고 시즈를 영입했다. 4:1 트레이드다. 소프와 사발라, 이리아테는 각각 팀 내 5,7,8순위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기대주들. 윌슨은 지난 2년 동안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을 비롯해 마이클 와카, 세스 루고, 닉 마르티네즈까지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샌디에이고는 겨울 FA 시장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재정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 샌디에이고는 후안 소토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며 '투수 패키지'를 얻어 그 공백을 채우기로 결정했다.
샌디에이고는 소토를 내주고 마이클 킹, 랜디 바스케스, 조니 브리토 등 투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그리고 기존의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에 이들을 더해 로테이션을 꾸리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깜짝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1995년생 시즈는 빅리그에서 5시즌을 활약한 선수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 시즈는 2017년 여름 컵스가 호세 퀸타나를 영입하며 엘로이 히메네즈와 함께 화이트삭스로 향했다. 2019년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시즈는 5시즌 동안 123경기에 선발등판해 658이닝을 투구하며 43승 35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지난 3시즌은 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단축시즌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시즈는 첫 162경기 풀타임 시즌이던 2021년 32경기 165.2이닝, 13승 7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나타냈고 2022시즌에는 32경기 184이닝, 14승 8패, 평균자책점 2.20의 맹활약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2년 동안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시즈는 2023시즌에도 큰 기대를 받았지만 33경기 177이닝, 7승 9패, 평균자책점 4.58로 부진했다.
최근 꾸준히 전력을 개편하고 있는 화이트삭스는 오프시즌 초반부터 시즈를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놓았다. 오프시즌 FA 시장이 오타니 쇼헤이 등 일부 특급 선수를 제외하면 '흉년'에 가까웠던 만큼 마운드 보강을 원하는 수많은 팀들이 시즈 영입을 위해 화이트삭스와 접촉했다.
하지만 판매자와 구매자가 생각하는 가치가 달랐다. 화이트삭스가 원하는 가격은 엄청났고 그만큼의 값을 지불하려는 의사기 있는 팀은 없었다. MLB.com에 따르면 익명의 한 구단 단장은 화이트삭스에 대해 "시즈의 대가로 마치 해와 달을 모두 원하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즈의 가치는 사실 애매했다. 판매자인 화이트삭스 입장에서는 시즈가 '1년 렌탈' 선수가 아닌 2025시즌까지 서비스타임이 이어지는 선수라는 점, 2022시즌 사이영상 후보였다는 점 등을 들어 시즈에게 '특급 에이스'의 가격을 매겼다. 하지만 다른 구단들 입장에서 지난해 평균자책점 4.58, 조정평균자책점(ERA+, 100이 ML 평균) 97을 기록한 '평균 이하'의 투수였던 시즈를 '사이영상 후보 가격'으로 사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28세의 나이는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린 것도 아니다.
세부지표도 다소 불안했다. 2021-2022시즌에는 분명 모든 지표가 좋았고 2022시즌에는 리그 최상위권 수치를 쓴 것이 맞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세이버매트릭스 지표 등 세부지표 역시도 리그 평균을 웃돈다고 보기 어려웠다. 탈삼진은 줄고 강타 허용은 늘었으며 심지어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2021-2022시즌에 비해 시속 1마일 이상 떨어진 모습이었다. 시즈의 올해 성적이 2022시즌과 2023시즌 중 어느 쪽에 가까울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소극적인 겨울을 보내던 샌디에이고가 시즈를 깜짝 영입했다. 오히려 시즈는 에이스 게릿 콜이 부상을 당한 뉴욕 양키스가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행선지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샌디에이고가 됐다.
시즈는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샌디에이고 에이스였던 스넬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불안하고 컨디션에 따라 투구 내용이 '널뛰기'를 할 수 있는 투수다. 3년 연속 200탈삼진 이상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3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볼넷 허용 1,2위를 다퉜다(2022년 1위/ 2021, 2023 2위).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볼넷을 허용하고도 사이영상을 수상한 스넬과 지극히 닮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한 구단 수뇌부는 시즈에 대해 "그날 그날이 다른 투수다. 어느 날은 1선발이지만 어느 날은 5선발급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의 지출은 작지 않았다. 소프는 메이저리그 전체 85순위 유망주로서 샌디에이고가 소토를 내주며 양키스에서 받은 핵심 유망주 중 하나였다. 화이트삭스에 내준 세 명의 유망주 모두 아직 더블A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팀 내 TOP 10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재능있는 선수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화이트삭스가 단행한 트레이드들을 돌아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화이트삭스가 유망주 패키지를 얻으며 내준 스타플레이어들이 팀을 옮긴 뒤에는 전처럼 활약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화이트삭스는 2017시즌에 앞서 워싱턴 내셔널스로 애덤 이튼을 보내면서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즈, 데인 더닝의 '유망주 패키지'를 받았다. 화이트삭스에서 최고의 3년을 보낸 뒤 팀을 옮긴 이튼은 워싱턴에서 부상에 시달렸고 4년 동안 규정타석을 단 한 번 소화하고 팀을 떠났다. 반면 지올리토는 팀 에이스로 성장했고 로페즈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역시 2017시즌에 앞서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한 크리스 세일 역시 보스턴 이적 후에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화이트삭스 시절의 강력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반면 세일을 내주고 받은 요안 몬카다는 내야의 한 축으로 성장했고 우완 마이클 코펙도 꾸준히 팀의 전력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2017시즌 도중 화이트삭스가 컵스로 보낸 퀸타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퀸타나는 화이트삭스에서 꾸준함의 대명사였지만 컵스 이적 후에는 성적이 안정적으로 하락했다. 반면 화이트삭스로 온 시즈와 히메네즈는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시즈가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이들보다 약점도 확실한 선수인 만큼 불안요소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가 화이트삭스에 내준 유망주들이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화이트삭스는 또 한 번 트레이드 승자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무리한 장기계약을 남발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재정 문제까지 불거진 샌디에이고는 다시 한 번 대형 영입을 단행하며 시장을 놀라게 만들었다. 과연 샌디에이고로 향한 시즈가 어떤 시즌을 치를지, 이번 트레이드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딜런 시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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