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들어오면 하향화? 한국에 럭셔리 호텔 없는 이유는… [호텔 체크人]
20년 넘게 전세계 돌며 글로벌 호텔 세워
한국엔 진정한 럭셔리 호텔 없는 이유 명확해
호텔의 종착점은 ‘웰니스 리트리트’
광화문 포시즌스여의도 페어몬트는한국에 들어오면서 하향됐다.
20년 넘게 호텔로 본인을 증명해온 사람이 있다. 호텔 전문가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다. 한 대표는 미시간대와 하버드대학원에서 건축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대학원에선 부동산 개발을 공부했다. 전 세계를 돌며 메리어트·힐튼·스타우드 등 글로벌 호텔·리조트 개발 현장을 누볐다. 2018년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를 맡아 서울 ‘조선 팰리스’, 판교 ‘그래비티’ 등을 오픈했다. 현재 메리어트 그룹 컨설턴트로 국내 신규 호텔 개관을 맡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 복합문화공간 ‘원앙아리’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2021년 저서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과 지난해 ‘웰니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 한국 호텔의 현주소와 호텔의 미래를 ‘웰니스(Wellness)’로 제시한 그에게 업계 현황과 한국에 럭셔리 호텔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한 대표는 긴 시간동안 원고 하나 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관광 산업이 나라 GDP에 기여하는 비중이 전 세계 평균 10%다. 한국은 2~3%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남아있는 7~8%를 할 수 있다는 게 기회다. 치고 올라갈 여지가 있다. 케이팝으로 한국에 관심이 높다. 이례적 시기다.
팬데믹 전후로 세상이 크게 변했다. 진정성이 중요해졌다. 인생 목적과 의미와 일치한 곳은 찾아간다는 관광객의 마인드가 주류를 이룬다. 예전엔 에펠탑같이 유명한 곳만 찾았다. 방탄소년단(BTS) 팬덤인 아미만 봐도 지구 끝에서도 온다.
팬데믹 이후 호캉스 경험 대중화로 호텔은 보다 더 소비되고 있다. 이에 호텔은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책을 쓴 이유도 대중이 호텔을 쉽게 받아들이며 소비하길 원했다. 고객이 어려워하면 호텔 오너 입장에선 상품을 개발할 동기가 그리 필요치 않다.
호텔은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기에 재벌·자산가의 영역, 남들이 못하는 하나의 취미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 금융 구조와도 연결되는데 한국 사람들 성격이 급하다.(웃음) 투자를 하면 빠른 자금 회수와 수익을 보려고 한다.
호텔은 분양해서 파는 게 아니다. 운영하고 수익을 내서 호텔 전체 가치를 올리는 건데 금융권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더라. 이게 모두 합쳐져 호텔이 늘어나고 발전하는데 구조적인 방해 요건이 되지 않았나 한다. 다행인 건 호텔에 자산운용사들이 뛰어들었다. 호텔을 투자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소비자들 요구가 많아지는 게 요즘 추세다.
업계에선 럭셔리 호텔도 등급이 있다. ‘우버(Uber) 럭셔리’와 ‘어퍼(Upper) 럭셔리’다. 리츠칼튼 리저브·불가리·아만·더 페닌슐라·더 오베로이 같은 호텔이 우버 럭셔리, 리츠칼튼·세인트 레지스·포시즌스· 만다린 오리엔탈·로즈우드는 한 단계 아래인 어퍼 럭셔리에 속한다.
높은 투자비는 곧 ‘땅의 사이즈’와 연결된다. 투자비 회수를 위해 호텔에서 수익 창출을 하려면 객실 가격이 높아야 한다. 팬데믹 이후로 대규모 연회나 결혼식은 잘 안 하는 풍조다.
호텔 주 수입원이 식음(F&B)도 있지만 객실 판매가 중요하다. 한국의 객실 가격은 낮다. 40만 원대를 뚫은 것도 팬데믹 때다. 한국 호텔은 럭셔리 수준의 가격을 설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럭셔리가 들어오려면 1박에 100만~150만 원 쓰는 고객층이 두터워져야 한다. 1년에 한 번 가는 게 아니라. 우리는 그런 소비 풍조가 이른 감이 있다.
가능성이 없진 않다. 큰 소비가 가능한 외국 관광객과 출장객이 들어오면 된다. 고객 군은 나뉜다.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고객 포트폴리오 형성을 잘 해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럭셔리 호텔 진출이 가시적으로 일어나기보단 태핑(수요조사)은 하는 것 같다. 아만과 메리어트 측에도 기존에 없었던 브랜드 의뢰가 들어온다. 중도 포기가 나오는 게 ‘투자비’다. 고급 브랜드들은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용산에 ‘로즈우드’란 럭셔리 브랜드가 있다. 또 아만의 ‘자누’가 들어온다는데 좋은 일이지만 개관 이후를 봐야 할 것 같다.
포시즌스나 페어몬트도 격조있는 럭셔리 브랜드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하향됐다.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나 여의도에 있는 페어몬트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정한 모습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개관했을 때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지, 수익을 계속해서 낼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한다. 통틀어 봤을 때 한국 호텔이 개선될 여지가 가깝구나 아니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판단이 나올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오너가 비용 절감을 해야 하는 경우다. 화장실 수전이나 벽지를 해외 브랜드 대신 국내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 수입하거나 국내 생산품 위주로 셀렉션이 작다. 모두 수입하면 비용이 드니까 섞어서 하거나 국내로 대체하는데 디자이너가 지정해놓은 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포시즌스 브랜드는 원래 도착 경험부터 감동을 주는 호텔로 알려져 있다. 광화문 포시즌스는 부지 크기에 어려움이 있어 들어가기 힘들다. 포시즌스 나름대로의 도착 경험이라는 게 부재한다. 차는 늘 줄 서 있어야 한다.
여의도 페어몬트는 호텔 로비가 맞는지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준다. 로비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호텔 데스크여야 한다. 프런트 데스크를 알려주는 ‘피처 월(Feature Wall)’이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보고 간다. 호텔 공식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두 번째는 정부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 한국엔 중요하고 가치 있는 도시들 많지만 관광 인프라가 아직 취약하다. 외국인들이 일생에 한 번 체험할 텐데 관광 산업이 발전하려면 계속 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케이팝 외에도 관광자원과 문화를 적극 알려야 한다. 백제 문화유산이 예술성이 높다.
외국인들은 리조트에서 며칠 동안 머물거나 휴식을 취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외국인이 여행 목적에 따라 호텔 이용을 보다 목적에 충실하게 하는 편이다. 역사 도시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잠만 잘 것인지, 리조트에만 머물 것인지, 치유를 위해 웰니스 리트리트에 갈 것인지.
한국도 그런 곳이 많다. 예약이 어떨 때는 밀려 있다. 가서 대단한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차 마시면서 명상하고 명상 선생님 따라 하고 불 멍하고 별 보는 체험 등이다. 잠재적인 수요가 더 늘고 있다.
‘의’는 촌스럽다고 장롱 구석에다가 처박아 놓은 ‘색동’이 있다. ‘색동’은 음양오행의 상징인 오방색이다. ‘식’은 여러 발효 음식과 나물들로 우린 이미 갖고 있다. 중요한 건 호텔·리조트·웰니스 리트리트 간에 사람 마음을 움직여야한다.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스토리텔링에 있다.
우리나라는 건국신화도 있고 구전으로 내려온 민담도 있고 얘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이를 어떻게 버무리느냐. 해외의 웰니스 리트리트를 가보면 좋은 위치에 건물을 지었다. 치유 프로그램은 액티비티나 의료 킬레이션(Chelation) 호르몬 테라피(혈중 중금속 제거)등이 있다.
지리산을 가면 사람들은 ‘빨리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밥 먹어야지’ 하는데 지리산 원래 의미는 ‘지혜의 산’이다. ‘더 엑스퀴짓 위즈덤 마운틴(The Exquisite-Wisdom mountain)’이라고 하는데 이런 성격을 가진 땅에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웰니스 리트리트를 만든다고 하자. 땅을 경계로 지상과 지하가 융합해 시너지가 나오는 웰니스 시설을 만들 수 있다. 산나물이나 절음식을 얹고 지혜의 산과 관련한 선화까지 녹이면 방문객은 일원화된 경험을 누린다.
고객은 감동을 받는다. 감동을 받는다는 건 머릿속에 오래 기억한다는 거다. 그래야만 또 온다. 이런 조합을 가진 웰니스 리트리트를 거의 못 봤고 얘기도 못 들어봤다.
한국의 웰니스 가능성은 매력적이다.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다. 외국 웰니스 주요 인사들과 매년 콘퍼런스에서 얘기한다. “한국은 이런 조합으로 웰니스 리트리트 만들 수 있는데 상품성이 있을 것 같니?” 묻자 마케팅 전문가들이 “내가 가고 싶다”라고 대답한다. 작년에 영국 레저 미디어 그룹이 발행하는 웰니스 매거진 ‘스파 비즈니스’와 인터뷰했다. 주제는 ‘새로운 웰니스 여행지로의 한국’이다. 위의 얘기와 찜질방 문화를 설명했다. 기사 반응을 염려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전통과 기술을 결합하면 더 선도적인 웰니스 상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해외에선 이미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콘퍼런스를 위해 멕시코 바칼라르에 갔다. 창업가 한명이 멕시코시티에서 만든 조립식 고급 텐트를 선보였다. 정글을 파헤치지 않고 완성했더라. 그게 가능한 시대다.
글로벌 체인 호텔이 지방 소도시에 들어가면 장점이 있다. 힐튼이나 메리어트 사이트에서 ‘한국’을 검색하면 아무리 호텔이 오지에 있어도 웹사이트에 뜬다. 예약 시스템은 글로벌망의 고속도로다. 그 자체가 굉장한 PR이다. 글로벌 체인 호텔이 소도시에 들어가면 외국 관광객 유입도 더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호텔 직원을 메꿔야 하니 일자리 창출도 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호텔 규모는 100실 정도면 괜찮다. 글로벌 브랜드에는 아침만 주는 호텔이 있다. 투자비도 훨씬 적게 든다.
호텔과 관광은 맞닿아 있다. 관광이 파생할 수 있는 ‘GDP 기여도’ 측면에서 봤을 때 처음에는 효과가 적을지언정 점차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의 역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도 포함한다. 좋은 역사는 쉽게 얘기하는데 슬픈 역사는 뒤로 빼는 경향이 있다. 슬픈 역사를 앞으로 내놓고 웰니스 공간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웰니스 공간은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어서다.
웰니스나 호텔 같은 곳은 경험을 통해 공간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이라는 건 개인적으로 하드웨어로 표시하는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프로그램과 서비스 등)을 함께 고려하며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호텔을 완성할 때마다 배우는 게 많았다. 남들은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난 뭘 피해야 할지 아니까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지방 소도시에 숙박료 10만~15만 원 사이의 글로벌 브랜드 최저가 호텔을 생각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 호텔이 사람들을 유입하는 창구가 되고 전 세계 기류인 웰니스를 녹여 가장 한국적이지만 글로벌한 성격의 웰니스 리트리트를 만들고 싶다. 다른 차원의 한국을 알게 하고 싶다.
해외에 나가서 감사하게 30년 동안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간 보고 배우고 느꼈던 것을 다음 세대에게 나눠주고 싶다. 스스로가 주도적인 삶을 살아야 결국 본인이 행복하다. 딸이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쉽게 펼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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