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장소서 일하고 연애했더니…아이 쑥쑥 낳는 ‘이 나라’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4. 3. 1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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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사클레에서 생물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파비엔 피에르(43)씨.

피에르씨는 "실험적으로 허브를 키우고 있을 뿐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날씨가 따뜻한 봄·여름·가을에 온실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질 피송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 연구원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개개인이 사는 공간 크기가 너무 작아지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를 키울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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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1.8’ 佛, 지방 소도시로 인구 분산
10년간 출산율 반토막 韓지자체 55곳 소멸임박
[사진 = 연합뉴스]
파리-사클레에서 생물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파비엔 피에르(43)씨. 그는 파리 도심에서 약 40km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 고메츠라빌에 자리한 ‘보드르빌의 온실’에서 유기농으로 허브를 재배해 판매한다. 허브가 완전히 자라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직접 만든 악세사리와 아이스크림을 온실 회원들에게 팔기도 한다. 피에르씨는 “실험적으로 허브를 키우고 있을 뿐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날씨가 따뜻한 봄·여름·가을에 온실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보드르빌의 온실은 프랑스 국토 균형발전을 관장하는 지역결속국가청(ANCT)이 운영하는 ‘티에르 리우(tiers lieux, 제3의 장소)’ 중 한곳이다. 티에르 리우는 제1의 장소인 집이나 제2의 장소인 일터·학교와 별개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사회활동하는 새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프랑스에선 고메츠라빌 같은 소도시에 티에르리우가 들어서면서 젊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새로운 여가·경제활동이 촉발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50년간 여성 한명이 평균적으로 2명의 아이를 낳는 추세를 유지해왔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1.76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비결로 사회복지 정책과 함께 국토 균형발전이 꼽힌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수도권(일드프랑스) 인구 비중이 약 20%로 높은 편이지만, 오랜 기간 지방 중소도시 활력 증진에 역점을 둬왔다. 인구가 전국으로 분산되며 젊은층의 삶의 질이 개선됐고 높은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질 피송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 연구원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개개인이 사는 공간 크기가 너무 작아지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를 키울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2015년(1.24명)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 결과 지난해 0.72명까지 추락했다. 홍콩(2021년 0.75명), 싱가포르(1.02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도시국가 수준으로 수도권 과밀이 가속화하면서 청년들이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게 됐고 결혼과 출산을 유예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인구가 한 지역에 모여살면 경쟁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며 “최소한 어느 한 지역에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라도 완화하면 (저출산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수도권이 지방인구를 빨아들이면서 지역소멸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전국 229개 시군구의 연령별 인구 구성을 분석한 결과, 통계청이 2072년 총인구 피라미드로 예상한 비극적인 ‘역삼각형(60대 이상이 가장 많은 구조)’과 이미 유사한 지역은 55곳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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