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수 있겠습니까?"…벌써 4주, 환자곁으로 돌아갈때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 3. 15.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동희의 思見]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10일 오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응급실 인근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권창회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의사단체와 정부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갈등의 장기화는 국민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각자의 분업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어느 한 역할이 빠지면 때로는 불편하고 삶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태업이나 파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을 타인들이 인식토록 함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투쟁'이 타인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할 때는 그들의 권리가 타인의 것에 우선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안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들의 행복추구권(이익) 사이의 다툼이다. 자신들의 권리가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공정한 정의가 아니다.

의대 신입생 2000명 증원 갈등은 부족한 필수의료진을 채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의지와, 교육시스템 확충과 의료수가 현실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맞부딪힌 결과다.

의사들의 표면적 반대 이유는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장기적으로 의사의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심화돼 의사들의 수익 하락을 우려한 계산도 내포된 것처럼 보인다.

2010년 기자가 바이오헬스부장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정부는 의료 선진화를 위한 외국계 투자개방형병원(일명 영리병원)과 환자 편의를 위한 원격의료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의사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또한 의료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의사면허는 국가가 보장해준 독점적 권리다. 이번 갈등도 과거 한의사와 약사·간호사 등 다른 직역과 갈등을 빚었던 독점적 권리다툼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과거는 다른 직역들과의 다툼이었다면 지금은 미래에 배출될 후배들과의 자리 다툼 성격이 짙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독점적 권리는, 사람의 인신을 구속하거나 이를 변호하는 사법적 직능에 비유되곤 한다. 변호사의 직군도 대표적인 독점적 권리로 변리사·법무사 등 다른 직군과 영역을 두고 다퉈왔던 업종이다. 각자가 구축해 놓은 권역에서 다른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집단행동을 해왔다.

의사가 이들 변호사나 법무사 등과 다른 점은 자신들의 본업을 하지 않을 경우 당장 '누군가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 중요하다. 그만큼 자존감도 높고, 이런 자신들의 지위를 알기에 대다수 의사들이 가운을 벗는 이런 거친 모습을 보이는지도 모른다.

의사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진료를 거부하듯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고,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의사는 굶어야 하고,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 수술 메스 대신 쟁기나 총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분업의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나는 병자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갈 것이며 어떠한 해악이나 부패스러운 행위를 멀리할 것"이라고 선서했다.

헌신적인 '돌담병원' 의사들의 활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 '닥터 김사부2'에서 오픈 하트 마사지(개흉 심장마사지)를 시도하려는 김사부에게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박민국(김주헌 분) 병원장에게 김사부(한석규 분)는 "살릴 수 있겠습니까? 먼저 그렇게 물어야지, 안그래, 박선생?"이라고 대답한다.

시청자들이 이 의학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는 환자 곁을 지키며 무조건 살리겠다는 의사의 본질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상당수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난지 4주째다. 이제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과 의사들의 행복추구권'에 대한 뜻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됐으리라 믿는다. 환자의 곁으로 하루 빨리 복귀해 생명을 지키는 일이 '김사부'와 같은 진정한 의사들의 사명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