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한밤중 -빈집 33
한겨레 2024. 3. 15. 05:06
한국의 밤은 휘황하다.
모든 불빛이
화려한 옷을 걸치고
요염한 밤에도
선글라스를 쓴다.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짙은 화장이 너무 취해
모두 활개친다
고향의 밤은 캄캄하다.
누가 베어 간 코가
두만강으로 흘러가며
검정 물고기로 웅크린다.
독한 배갈을 마셔도
밤바람이 너무 시려
칠흑 길 끝 빈집으로 가며
입이 얼어
노래도 못 부른다.
연변 태생 전은주의 첫 시집 ‘빈집에서 겨울나기’(천년의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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