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간 건설사 파산" 공공 공사도 멈췄다…해법 묘연한 공사비 갈등
공사비 갈등으로 진행 중이던 공공 공사가 중단된 건 드문 케이스다. 특히 개교 일정이 잡힌 대학 공사 중단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세종시 공동캠퍼스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 담겼다.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학·기관 간 융합 교육·연구가 가능한 공동캠퍼스가 올해 문을 연다고 대대적으로 밝힌 바 있다. 저렴한 임대료와 분양가로 입주해 도서관 등의 지원시설을 공동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캠퍼스라는 콘셉트였지만 공사 과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이번 공사 갈등은 LH가 일부 학교 학사 일정에 따라 준공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전해진다. 대보건설이 공정 단축을 위해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며 공사를 진행하다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공사가 또 멈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가격 등의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올 초 154.64(잠정치)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말 121.80과 비교해서 32.8% 뛰었다.
공공 공사의 경우 발주 당시 설계가 대비 추정공사비도 너무 낮게 책정됐고 실제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은 치솟는 탓에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사비 증가분을 발주처 눈치를 보면서 감내했지만 최근 수백억씩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건설사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어 견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공 공사는 예산 통제와 감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공사비를 건설사 요구대로 올려주기도 쉽지 않다. 공공 공사 유찰 건수도 점점 늘고 있다. 조달청이 발주한 기술형 입찰사업 중 유찰 건수는 △2020년 5건 △2021년 9건 △2022년 11건 △지난해 17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유찰률도 16%대에서 60%대로 상승했다.
국정과제로 포함된 공공공사 중단에도 국토교통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사업에서 유찰도 많고 공사 중단도 있는데 상황이 다 달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까지 다 파악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공공 공사라고 하지만 국토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많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도 건설업계 의견을 들으면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긴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부분과 기재부와 상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간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공사비 갈등으로 2022년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케이스가 대표적이고 올 1월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도 전면 중단됐다. 이외에도 신반포 22차 재건축, 행당 7구역 재개발 사업도 공사비로 갈등을 겪고 있다.
대형 건설사와 대기업의 갈등도 불거졌다. KT와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로, 또 KT는 현대건설이 진행 중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비를 놓고도 공사비 인상분 지급을 둘러싸고 협의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 해법 찾기는 난항이다. 연초부터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공사비지수를 활용한 물가 보정 등 공공사업의 공사비 책정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도 난감하다. 일단 정부는 민간 건설공사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공사비 책정 산출 방법을 구체화해 물가 인상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또 기존 사업장에는 전문가를 파견해 공사비 갈등을 중재 중이다. 이미 올해 1월 중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 현장 4곳에 전문가를 파견했다. 이외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사업 단위는 국토부 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풀어갈 수 있는 건 해주고 제도 한도 내에서 물가를 반영할 수 있는 폭이 있다면 한도 폭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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