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하는 과시적 소비? 새 지배계급은 보이지 않는 소비한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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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의 '야망계급론'은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1899)을 직접 겨냥한다.
야망계급의 비과시적 소비 중에는 진취적이고 가치관 지향적인 선택도 포함되지만, 그것이 엄연한 경제적 불평등을 감추고 계급 체계를 고착화시키면서도 "도덕의식과 권리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과거 유한계급의 소비주의가 사회에 미친 영향보다 훨썬 더 유해하다"는 게 지은이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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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계급론
비과시적 소비의 부상과 새로운 계급의 탄생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지음, 유강은 옮김 l 오월의봄 l 2만2000원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의 ‘야망계급론’은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1899)을 직접 겨냥한다. 쓸모없는 과시적 소비에 열중하는 유한계급을 비판한 베블런의 고전으로 21세기의 지배 계급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커리드핼킷의 판단이다. 그가 유한계급을 대신할 개념으로 새롭게 제시하는 것이 ‘야망계급’이다.
야망계급이란 무엇인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적·물질적 소비 대신 남들 눈에 쉽게 뜨이지 않는 비과시적·문화적 소비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 대물림하는 새로운 지배계급이 그가 말하는 야망계급이다. 전체적인 경제 수준의 향상으로 과시적인 물질적 소비는 더 이상 지배계급의 전유물이 되지 못하기에,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 한국어판 책 표지에는 유기농 식품, 기능성 아기띠, 필라테스 수강, 가사도우미와 베이비시터, 환경단체 후원, 연금저축 같은 항목들과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표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야망계급의 정체성을 이룬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고가의 교육 및 의료 혜택은 물론 가정분만과 모유수유, 애착 육아 등이 계급 재생산의 새로운 지표가 되었다는 관찰도 흥미롭다.
야망계급의 비과시적 소비 중에는 진취적이고 가치관 지향적인 선택도 포함되지만, 그것이 엄연한 경제적 불평등을 감추고 계급 체계를 고착화시키면서도 “도덕의식과 권리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과거 유한계급의 소비주의가 사회에 미친 영향보다 훨썬 더 유해하다”는 게 지은이의 결론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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