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힘 받은 증시…코스피 23개월 만에 2700선 돌파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2024. 3. 1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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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코스피 지수가 23개월 만에 2700선을 넘어서 마감했습니다.

상장사가 직접 중장기 기업 가치 개선 계획을 세워 이행하도록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정부가 추진 중인 가운데, 주가가 저평가 됐던 금융지주사 등이 주주환원책으로 호응하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연금 등 시장의 큰 손으로 여겨지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상장사의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는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도 발표돼 상장사 체질 개선에 대한 투자자 기대가 지속되는 모양새 입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5.19포인트(0.94%) 오른 2,718.76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14일 약 2년 만에 2700선 위에서 마감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 차원에서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 이에 대한 상장사 호응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가 다시 힘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증시 '큰 손'인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회사에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도 발표돼 정책 효과를 둘러싼 시장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사흘 연속 올라 2718.76에 마감했다. 지수가 2700선 위에서 마감한 건 2022년 4월22일(2704.71)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금융, 증권, 보험주 등이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의 동력이 됐다. 신한지주(8.19%)와 하나금융지주(6.25%), 우리금융지주(3.84%), KB금융(1.42%)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도 일제히 뛰었다.

모두 기업 보유 자산 대비 시장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가치 상승 여력이 크다는 투자자 기대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시장 평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섹터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커진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증권사 강진혁 연구원도 "코스피 지수 기여도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관도가 높은 종목들"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내 코스피·코스닥 전체 상장사가 기업 가치 개선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계획을 수립해 일 년에 한 번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들어 이에 대한 투자자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상장사들도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계획 발표와 이행을 통해 PBR 지표의 분자인 시가총액을 늘리고 분모인 자본을 줄이는 방식의 지표 개선 노력 의지를 보여왔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금융지주사들도 마찬가지인데, KB금융은 올해 3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고,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도 각각 3천억 원, 15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935만7960주(지분율 1.24%)를 매입해 1380억 원어치를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외국인도 이런 흐름에 주목하면서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15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매수 상위 1, 2위 종목이 '밸류업 기대종목'으로 꼽히는 현대차와 KB금융이었다.

당국도 밸류업 정책 효과의 불씨를 이어가는데 주력하는 기류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같은 날 열린 간담회에서는 투자 대상 상장사의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추가된 스튜어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발표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 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원칙들을 의미한다. 국민연금공단 등 4대 연기금과 222개 기관이 이를 적용하고 있다. 2016년 제정 이후 처음 개정된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기관투자자는 투자 대상 회사가 회사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하면서 시장과 주주와 충실히 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 규약이지만 시장의 큰 손들이 원칙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인 만큼, 투자를 받는 상장사들로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게 되는 효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근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과 관련해 "(기업 가치 제고 관련) 상장사 공시에 대한 사실상의 강행 규정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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