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950원 넘을까"… 5대 은행 엔화 예금, 올들어 5500억원 늘었다

박슬기 기자 2024. 3. 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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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예금 잔액 약 1.2조엔
美 금리 인하에 엔화 강세 전망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은행 엔화예금으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100엔당 920원대에 올랐던 원/엔 재정환율이 올 2월부터 다시 800원대로 떨어지자 저점에 엔화를 매수해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특히 미국 연준비제도(연준·Fed)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오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와 수익률곡선제어(YCC)정책을 폐지할 것이란 전망이 맞물리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엔화 가치가 오르더라도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엔화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100엔 당 원/엔 재정환율은 889.10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원/엔 환율이 1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850원대까지 떨어지며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이 빠르게 늘어난 바 있다.

이후 엔화값이 지난해 12월14일 923.76원까지 치솟으면서 엔화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지난달 14일 882.04원까지 떨어진 이후 880~890원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이달 들어 엔화 매수 수요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1조1951억엔으로 지난해 12월 말(1조1330억엔)과 비교해 5.5%(621억엔·5537억원) 증가했다.

올 1월 말(1조1574억엔)과 비교해선 3.3%(377억엔·3362억원) 늘었다.


엔화값 다시 오르나… 마이너스 금리 해제 기대감


엔화 투자 열기는 살아난 건 엔화값 반등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의 힘이 풀리는 반면 엔화는 이달 마이너스 금리 해제 기대가 높아지며 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확신을 가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not far)'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가 그러한 확신을 갖게 되면 긴축 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며 그 확신 시점에 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4.1%에 달한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8일 102.71로 지난 1월 15일(102.40)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엔화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을 받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12일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통계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 종료가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다음달 금리 인상을 단행해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2일 발표한 '주요국 경제 및 통화정책에 대한 IB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올 4월 금리 인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일본의 금융시장 전문가 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중 54%는 일본이 4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2016년 2월 도입해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당좌예금 금리(기준금리에 해당)에 -0.1%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2022년 9월 스위스국립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일본은행이 유일하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경우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크게 상승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에 원화도 같이 강해지면 원/엔 환율의 강세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950원 선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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