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수입, 가격만 보지 말고 묻은 ‘독(毒)’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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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비롯한 과일이 요즘 동네북이 되고 있다.
일부 매체는 물가가 3% 오를 때 과일값은 40%나 뛰었다면서 '애플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사과가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
요즘 마트 과일코너에서 판매되는 사과·배·단감·감귤·딸기 5대 국산 과일의 물가지수 가중치 합계는 6.8로 동네 카페 커피값 가중치인 8.8보다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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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으려다 농민만 잡을 수도
사과를 비롯한 과일이 요즘 동네북이 되고 있다. 일부 매체는 물가가 3% 오를 때 과일값은 40%나 뛰었다면서 ‘애플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사과가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
그들은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사과가 값이 오르면서 감귤 등 대체 과일을 찾게 되고, 이 때문에 다른 과일값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사과값은 가을 수확철까지 공급이 묶여 고공행진이 불가피한 만큼 ‘수입’ 이외에는 답이 없다는 식의 억지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우선 물가 3% 인상 대비 과일값 40% 상승이라는 단순 비교 자체부터 엉터리다. 요즘 마트 과일코너에서 판매되는 사과·배·단감·감귤·딸기 5대 국산 과일의 물가지수 가중치 합계는 6.8로 동네 카페 커피값 가중치인 8.8보다도 낮다. 5대 과일값이 올라봐야 소비자물가 3% 상승에 미친 영향은 1000분의 6.8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지난해 국민 1인당 사과 연간 소비량은 7.6㎏이다. 한달로 나누면 630g으로 사과 2개 금액으로는 5000원 선이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39만4000t으로 2022년 56만6000t보다 30.4%가 줄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12일 기준 사과 10개당 3월 평균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31.3%가 올랐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따라 사과값이 형성됐고, 오른 사과값이 농가의 생산량 감소분을 메꿔준 구조가 됐다. 만약 사과값을 잡겠다며 사과시장을 열고 저율관세할당(TRQ)을 남발했다면 사과농가는 생산량이 줄었는데 가격마저 떨어지는 악순환구조에 빠져 폐농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게 된다.
경기 평택과 인천에서 배로 한나절 거리에 있는 중국의 2020년 기준 연간 사과 생산량은 무려 4000만t, 미국도 우리의 10배가 넘는 460만t에 달한다. 이렇듯 사과는 문을 여는 순간 국내 농가들이 초토화될 수밖에 없는 초민감 품목이다. 그런데도 한달 내내 먹어도 테이크아웃 커피 두잔 값에 지나지 않는 사과값이 물가상승 주범이라며 수입을 운운하는 물가당국의 행태에 그저 말문이 막힌다. 설화 속 ‘독사과’를 먹은 신데렐라는 구해줄 왕자님이라도 있었지만, 현실 속 수입 ‘독사과’에 무너진 사과농가를 구할 백마 탄 왕자는 결코 없다는 것을 모두가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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