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지역미술관과 K-컬처

류수연 기자 2024. 3.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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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만8500명.

반면 미술관 측은 해외 거장의 작품은 전시 준비 과정만 길게는 2∼3년이 걸리는 만큼, 작품 수집을 필수로 명시한 현행 법규에 얽매이지 않도록 '열린 미술관' 형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술관만 1000개가 넘고, 과거 버블(거품)경제 시대에 사들인 유럽 명화를 적잖이 보유한 일본과 우리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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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만8500명.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숫자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급증한 이유도 있지만, 엔저 효과로 음식과 쇼핑·관광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이유가 크다. 도쿄·오사카·교토 같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에서도 문화유산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기회도 많다.

특히 일본 여행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관광지는 다름 아닌 ‘미술관’이다. 입장료는 무료부터 2만원으로, 외국어를 몰라도 세계 각국의 고전·현대 예술작품 감상이 가능해서다. 여기에 건축미가 부각된 미술관 건물도 관람 가능해 ‘가성비’와 ‘가심비’까지 충족되곤 한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지역미술관이 중요한 관광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월 강원 강릉에 개관한 ‘솔올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은 4년간 준비한 끝에 유명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미를 담은 건물과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 현대미술가 루초 폰타나의 작품을 전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3·1절 연휴에 이곳을 찾았다. 관람객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온 2030세대여서 강원 양양 서피비치에 이은 새로운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명소가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솟았다. 그러나 잠시 후 탄성은 탄식으로 변했다. 외벽 곳곳엔 칠이 벗겨져 있고, 바닥엔 자잘한 실금이 나 있는 등 부실한 마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좁은 전시공간과 적은 작품수, 현대미술에 생소한 관람객들에게 어렵던 작품설명도 ‘옥의 티’였다.

관람객 반응을 물어봤다. ‘개관 준비’ 상태인 미술관에서 ‘개관전’을 접한 느낌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한 지인은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란 단어로 소감을 압축하기도 했다.

강릉시에 기부 채납된 이 미술관은 8월 시범 운영기간이 끝난다. 시는 시설 보수와 수장고 완공사항 등을 철저히 점검한 후 건물을 인계받겠다는 방침이다. 작품 구입 등을 위한 예산 확보와 운영준비팀이 가동 중이며, 운영사례를 탐구하기 위해 타 지역 미술관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술관 측은 해외 거장의 작품은 전시 준비 과정만 길게는 2∼3년이 걸리는 만큼, 작품 수집을 필수로 명시한 현행 법규에 얽매이지 않도록 ‘열린 미술관’ 형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모두 일리 있는 답변이었지만, 어느 한쪽에 선뜻 손을 들 수가 없었다. 원활한 운영상태, 수장품(收藏品) 확대도 좋지만 관람객으로서 가장 원하는 것은 ‘수준 높은 전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명 미술작품의 가치와 까다로운 대여 조건, 높은 구입 가격 등을 고려할 때 ‘거장’ 혹은 ‘대규모’ 전시를 위해서는 이를 위한 대책이 다각도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비단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있는 미술관 286곳 가운데 국공립은 80곳이며, 현재 경북도와 대전시, 강원 춘천시, 충남 천안시, 전남 여수시 등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미술관 건립·증축을 진행 또는 검토하고 있다.

지역미술관이 지역문화의 중심이자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케이(K)-컬처(문화) 저변을 넓히는 장소가 되려면 유명 작품 전시 유치뿐 아니라 국공립 미술관 컬렉션 전시, 지역 신진 작가 발굴과 콘텐츠 기획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미술관만 1000개가 넘고, 과거 버블(거품)경제 시대에 사들인 유럽 명화를 적잖이 보유한 일본과 우리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2006년 개관한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이 1994년부터 12년에 걸쳐 작품 수집 등에 힘써온 사례에서 보듯 ‘긴 호흡과 철저한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류수연 온라인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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