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나는 몸짱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관리자 2024. 3. 15.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 인도 여행을 자주 했습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광활한 지평선, 들판과 거리를 배회하듯 어슬렁거리는 소와 양을 비롯한 가축들, 예스러움이 살아 있는 풍광이 좋아 틈만 나면 훌쩍 여행을 떠났습니다.

'구약성경'의 '전도서'에는 인간 육체의 쇠락을 은유적으로 멋지게 표현한 문장이 나옵니다.

나는 소위 근육질의 몸짱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 인도 여행을 자주 했습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광활한 지평선, 들판과 거리를 배회하듯 어슬렁거리는 소와 양을 비롯한 가축들, 예스러움이 살아 있는 풍광이 좋아 틈만 나면 훌쩍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하며 불편한 일들도 많았지만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불편조차 감수하며 여행을 즐겼습니다.

무엇보다 갠지스강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자연스레 보게 되는 화장터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아니, 화장터 풍경에 매혹됐습니다. 황금빛 비단에 싸인 시신이 장작불에 태워져 하얀 재로 변하는 화장터에서 나의 진면목을 보곤 했으니까요.

티베트어로 ‘몸’을 ‘뤼(Lu)’라고 하는데, 그 말은 쓰레기처럼 ‘뒤에 남겨진 어떤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티베트인들은 ‘뤼’라고 말할 때마다 자신이 이번 생에 몸을 입고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나그네임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도 뱀에 물려 죽어가는 어린 왕자가 인간의 몸을 ‘묵은 허물’ 같은 것이라고 말하지요.

‘뤼’라 하든 ‘묵은 허물’이라 하든 우리 몸이라는 게 그렇다면, 몸이 살아갈 환경을 좀더 안락하게 만드는 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지요. 일용할 양식과 밤이슬을 가릴 지붕만 있으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몸짱’이라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성들을 매혹시키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사내들 말입니다. 그러나 이젠 그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몸이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거기엔 자연스러움이 없습니다. 닭가슴살과 숱한 영양제를 먹고 헬스장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몸이 아닙니까. 그런 몸조차 언젠가는 한줌의 티끌로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구약성경’의 ‘전도서’에는 인간 육체의 쇠락을 은유적으로 멋지게 표현한 문장이 나옵니다.

“높은 곳에는 무서워서 올라가지도 못하고 넘어질세라 걷는 것마저도 무서워질 것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고 원기가 떨어져서 보약을 먹어도 효력이 없을 것이다. 사람이 영원히 쉴 곳으로 가는 날, 길거리에는 조객들이 오간다.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그릇이 부서지고 샘에서 물 드는 물동이가 깨지고 우물에서 도르래가 부서지기 전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육체가 원래 왔던 흙으로 돌아가고 숨이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인생을 충분히 산 지혜로운 자의 말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천박해졌다고 해도 인생을 깊이 산 자의 말에 우리는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우리 몸에 닥쳐올 변화를 조금 늦출 수는 있을지언정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몸을 하찮게 여기거나 함부로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 몸은 신이 거처할 성전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쇠락하게 마련인 우리 몸의 유한성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동시에 우리 정신(靈)의 거소인 몸을 보물처럼 아껴야겠지요.

나는 소위 근육질의 몸짱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꽃의 아름다움이 흙 속에 결가부좌를 튼 뿌리의 견실함에 있는 것처럼, 우리 존재의 아름다움은 잘 가꾼 우리 내면의 근육에 있음을 자각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고진하 시인·야생초연구가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