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바이든 정부, 포스코 수출품에도 "상계관세 내라"...보호무역장벽에 '속수무책' 한국산 철강
철강 통상 리스크에 정부 수출 총력 대응하지만
대응책 마땅치 않은 게 현실…"정책적 지원 필요"
미국이 지난해 한국 철강 제품에 최고 6.71%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올해도 2022년산 제품에 상계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11월 미국 대선에 이어 유럽연합(EU)도 탄소국경세(CBAM) 부과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가로막힌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해 국내 철강사 1위인 포스코가 수출하는 2021년 냉연강판·열연강판·후판·도금강판 등 품목에 대해 최고 1.43%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의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예비판정 이후 진행된 재심 결과 2월 냉연강판·후판·도금강판 제품을 대상으로 0.86~1.60%의 관세가 확정됐으며 조만간 열연강판과 2022년산 제품에 대한 결과도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미 상무부는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를 대상으로 상계관세를 내게 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줘 수출한 품목이 수입국의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수입 당국이 해당 품목에 대해 관세를 내게 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지난해 미국의 조사 대상이 된 국내 철강기업은 20여 개로 0.59~6.71%의 상계관세율이 부과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올해도 2022년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한 2022년산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을 대상으로 각각 2.21%, 1.93%의 상계관세를 물린다는 내용의 예비판정 결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1년 전(1.08%)보다 세율이 약 1%가량 더 높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전기요금을 보조금으로 판정하면서 마진율 방어가 쉽지 않다"며 "상계관세 외에도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서 정부 차원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어 유럽연합도 연이어 '관세 부과' 예고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철강산업을 대상으로 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의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EU는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넘으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탄소 가격을 추가 부과하는 CBAM 도입을 앞두고 10월부터 철강제품 수출 시 탄소배출량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한다. 탄소국경세는 법안 시행이 본격화하는 2026~2034년 단계적으로 부과될 예정이다.
설상가상으로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집권할 경우 보호무역주의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에 50%가 넘는 관세를 내게 했고 최근 인터뷰에서도 재집권하면 6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철강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달 중 제1회 '철강 수출입 현안 워킹그룹'을 열고 전문가들과 현안별 분석 및 논의를 이어나가는 한편 4월부터 권역별로 'EU CBAM 대응 정부 합동 설명회'를 진행해 중소·중견 철강사를 도울 계획이다.
그러나 낮은 전기요금에 대한 미국 측 판정의 밑바탕에는 사실상 보호무역주의가 깔려 있기 때문에 뾰족한 수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미국 내 철강산업 노조의 입김이 세다 보니 철강 이슈에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더욱 짙다"며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이뤄지는 각종 환경 규제나 협정 관련 논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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