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알권리 보장하라" 중국 기자들이 이례적 행동 나선 폭발 사고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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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허베이성 싼허시 옌자오진 시내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
중국중앙(CC)TV에 공개된 폭발 당시 영상을 보면 이날 오전 7시 55분쯤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상가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이 같은 구조에서 중국 언론인들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라며 정부 당국의 언론 통제 행위를 공개 비판한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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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생중계 방해에... 기자협회 항의 성명
당국 "알권리 중요" 사과했지만 통제 여전
14일 중국 허베이성 싼허시 옌자오진 시내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 수도 베이징 중심에서 약 40㎞ 떨어진 이곳에선 하루 전 상가 폭발 사고로 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폭발이 발생한 4층짜리 건물은 처참한 몰골이었다. 초록색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가림막 틈으로 시꺼멓게 탄 외벽이 드러났고, 미처 가리지 못한 지붕의 한 귀퉁이는 폭발 당시 충격으로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맞은편 아파트의 깨진 창문과 유리 파편들이 전날 있었던 폭발 규모가 상당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중국중앙(CC)TV에 공개된 폭발 당시 영상을 보면 이날 오전 7시 55분쯤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상가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주변을 지나던 차량에서 운전자가 뛰쳐나와 허겁지겁 대피했고,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한 여성은 날아온 건물 파편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이 폭발로 7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상가 1층에 있던 치킨 가게의 가스 누출 때문에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기자들 "보도자료 한 장으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는 중국 언론인들이 이례적으로 '국민 알권리'를 주장하며 당국 압박에 나서는 등 의외의 파장을 낳기도 했다.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중국기자협회)에 따르면, 사고 이후 CCTV의 한 기자는 사고 현장에서 생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방송 도중 현지 공안으로 추정되는 검정색 옷을 입은 남성들이 다가와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가리며 방송을 방해했다.
협회는 성명을 내고 항의했다. 협회는 "중대한 사고에 대해 많은 정보를 기대하고, 안전을 우려하는 민중에 최대한 답해야 한다"며 "그래야 유언비어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장의 통고(보도자료)가 현장 보도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로 대중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을 정부 정책 홍보 수단으로 여기는 성향이 강한 중국은 사실상 모든 언론이 정부 통제 아래에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중국 언론인들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라며 정부 당국의 언론 통제 행위를 공개 비판한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다만 협회 역시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받는 단체인 만큼 기자들의 이번 행동은 싼허시 당국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공산당을 향한 불만 표시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당국 사과에도 "사진 찍지 마" 취재 통제 여전
파장이 커지자 사고수습본부는 사고 하루 만인 14일 사과문을 냈다. 수습본부는 "부족한 의사소통과 거친 방식 때문에 오해를 불렀다"며 "정당한 보도 권리를 보장하는 게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의 사과는 형식적이었을 뿐 현장의 언론 통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습본부의 사과 직후 한국일보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상가로 접근할 수 있는 4개 진입로는 현지 공안에 의해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외신 기자 신분을 밝혔지만 상가 근처로의 진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멀리에서나마 사진을 찍으려 하자 현지 경찰은 "누구 허가를 받았냐, 사진 찍지 말라"고 소리치는 등 거칠게 제지했다.
싼허=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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