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작은 행운만 있다면, 작은 행운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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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각색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가 1956년 3월 15일 개막했다.
쇼는 런던의 한 언어학자가 빈민 여성 일라이자의 말투와 매너 등을 교정해 상류층 여성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야기로 변형했다.
사회주의자였던 쇼는 신화의 결말과 달리 경제적 여건은 바뀐 게 없던 일라이자가 살아있는 인형 같은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언어학자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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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각색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가 1956년 3월 15일 개막했다. 주인공 일라이자 둘리틀 역은 줄리 앤드루스가 맡았다.
희곡의 모티프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 피그말리온 신화는 독신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이상적인 여성상을 상아 조각으로 구현한 뒤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생명을 얻게 해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쇼는 런던의 한 언어학자가 빈민 여성 일라이자의 말투와 매너 등을 교정해 상류층 여성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야기로 변형했다. 사회주의자였던 쇼는 신화의 결말과 달리 경제적 여건은 바뀐 게 없던 일라이자가 살아있는 인형 같은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언어학자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56년 뮤지컬과 64년 영화에서는 신화의 해피엔딩으로 회귀, 쇼가 무척 못마땅해한 탓에 그의 사후에야 뮤지컬 무대에 올렸다는 일화가 있다.
하지만 대본과 노랫말을 쓴 앨런 제이 러너(Alan Jay Lerner)는 술꾼 청소부인 일라이자의 아버지 알프레드(스탠리 홀러웨이 역)의 노래 ‘With a Little Bit of Luck(작은 행운만 있다면)’ 가사로 쇼의 문제의식을 풍자적으로 남겼다. “하늘에 계신 주는 우리에게 강철같은 팔을 주어 성실히 일하게 했지만, 작은 행운만 있다면, 작은 행운만 있다면, 그 지겨운 일은 다른 사람이 대신하지~”
어쩌면 그 흔적은 언어학자가 일라이자의 발음 교정을 위해 주야장천 읊게 한 “The rain in Spain falls mainly on the Plain”이란 문장에도 암시적으로 담겼을지 모른다. ‘ai’를 ‘아이’로 발음하는 하층민의 발음 습관을 ‘에이’로 교정하기 위해 ‘ai’를 반복적으로 배치한 무의미한 문장이지만, 굳이 해석하자면 대지를 적시는 비는 ‘불공평하게’ 평원에만 내린다는 뜻이니까.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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