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망명정부... 야권 재편에 조국혁신당도 중요"[인터뷰]

강윤주 2024. 3. 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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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제, 70년 민주당의 흑역사
'이낙연 악마화'... 광주 큰 정치 원해
광산을 승리, 야권 재편 불씨 만들 것
'한미동맹 부정세력, 지나친 친명화'
야권 재편 동인, 선거 이후 변화 시작
조국혁신당, 같은 정부서 뜻 같이 해 
본질적 차이 덜해, 야권 재편 중요 그룹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10일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심정"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전남지사, 5선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광주 도전은 처음이다. 그렇다고 금배지 한 번 더 달자고 나선 길은 아니었다. 그는 "총선 이후 야권 재편은 피할 수 없다"며 "지리멸렬하고, 변질된 지금의 민주 세력을 재건하기 위한 에너지를 광주에서부터 모으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승리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민주당을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각오다.

그는 총선 이후 새로운미래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못 견디고 나온 "합리적 중도 진보세력이 모이는 일종의 망명정부 역할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같은 정부에서 일해 큰 틀에서 생각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새로운미래 지지율이 신통치 않다.

"국민들은 거대 양당을 분명 불만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스윙보터들은 선거 일주일 전까지도 관망하며 섣불리 결심하지 않는다. 그런 세력이 40%가 넘는다. 이번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24년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났다.

"민주당 70년 역사의 흑역사로 남을 시기다. 민주당엔 주류와 비주류가 최소 6 대 4로 공존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체제하에서는 10 대 0이 됐다. 당장 이번 공천만 해도 그렇다. 소수파나 비주류의 싹을 이토록 무자비하게 자르는 일은 예전에 없었다.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거다. 선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재명 체제, 민주당 70년 중 가장 흑역사
총선 이후 야권 재편 피할 수 없는 일
한미동맹 부정 세력과 같이 갈 수 있느냐
지나친 친명화를 계속 두고 볼 수 있느냐

-야권 세력이 재편될까.

"야권 재편은 피할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 전원이 한미동맹을 부정하는 통합진보당의 후예들과 함께 손을 잡고 가는 연대에 언제까지 동의할 수 있을까.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지나친 친명(친이재명)화'를 이대로 계속 두고 볼 수 있을까. 친명계 정치인들의 정치관, 그간 받은 상처들이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다. 그 반작용으로 합리적인 편에 서 있는 정치인들은 새로운 흐름을 모색할 것이다. 새로운미래가 그 세력을 모아낼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새로운미래는 우리가 익히 사랑하던 민주당의 망명정부라고 보면 된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면. 공천 탈락 의원들의 이탈도 예상보다 적은데.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렇다. 그러니까 참았던 거다. 지금은 잠재하고 있는, 문제의식과 분노들이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분출할 것이다. 민주당 의석수가 결정 요인은 아니다."

그는 광주 광산을에서 강성 친명계 대표인사 민형배 의원(초선)과 맞붙는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정에서 탈당했다가 다시 돌아와 '위장 탈당'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의 지지는 강력하다. '비명횡사' 공천 내홍으로 광주 지역 현역 의원 8명 가운데 7명이 물갈이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로써 '반명 좌장'과 '이재명 호위무사'의 대결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14일 광주 광산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광산구을'이 적힌 겉옷을 입고 있다. 광주=뉴시스

-왜 광산을인가.

"처음부터 출마 생각은 없었다. 새로운미래와 성원해주는 동지들을 위해 몸을 던졌다. 광산을로 정한 건 광주 시민들의 염원을 투영한 거다. 제가 만나본 분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제발 광산을로 나가주시라'라고 외치더라. 상식 있는 분들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광산을은 운명이다."

-그럼에도 호남 민심이 우호적이지 않은데.

"광주 지역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서 '이낙연의 악마화'가 상당히 퍼져 있다. 이 세상 나쁜 건 전부 이낙연이 한 것으로 돼 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들이 대선 패배 이후 지난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여론전을 폈다. 결국 그런 악마화의 피해자는 이낙연을 넘어 상식을 바라는 광주 시민 아니겠느냐. (저의 출마로)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 본다. 광주의 상실감과 좌절감은 굉장히 크다. 민주성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정치인들은 초선 위주로 경량화됐고, 경선만 끝나면 파장 분위기다. 참정권이 박탈됐다. 광주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큰 정치인을 원하고 있다."

'이낙연 악마화'... 광주의 상실감, 큰 정치인 원해
조국혁신당도 야권 재편에 중요한 역할 가능성
같은 정부에서 일했다는 건 큰 틀에서 차이 없어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의 기세가 매서운데. 더 상승할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조국혁신당으로 옮겨간 것에 불과하다. 법치와 감성의 괴리가 만들어낸 매우 특별한 현상 아니겠나. 고등법원 유죄판결까지 받았지만, 짠해 보이는 게 있는 거다. 다만 조국혁신당도 야권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건가.

"어차피 거기도 야권 아닌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논해야 하는 민주당보다는 조국혁신당과 그 차이가 덜 본질적이다. 같은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다는 건, 큰 틀에서 생각의 차이가 매우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처럼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며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인용된 한시 한 대목(중조동지숙·衆鳥同枝宿, 천명각자비·天明各自飛)을 읊었다. ''새들을 보면, 밤에는 같은 나뭇가지에 와서 잠들었다가 날이 뜨면 또 각자 날아갔다 밤에 다시 모이지 않습니까. 정치가 바로 그런 것이지요." '이재명의 민주당'에 맞서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4월 10일 너머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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