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안전사고...전남 산업단지는 안전불감증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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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주요 산업단지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게 문제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플랜트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사고 발생 이후 반나절도 되지 않아 공장을 재가동했다.
전남 광양·여수산단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은 빈번한 안전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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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 전 근로자부 투입…이상 증세 호소
전남 여수산단 등 매년 반복되는 사고에도
정부는 땜질식 처방 기관은 책임 떠넘기기
#지난 6일 전남 광양 율촌산 내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리튬생산공장에서 수산화리튬 100㎏이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작업자 700여 명이 긴급 대피하고 181명은 병원 진료를 받았다. 수산화리튬은 높은 부식성으로 눈과 피부, 기도 등에 피해를 입히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사고 이후 유해물질 수거 작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노동자들을 현장에 보냈고 현재 100명 넘게 이상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는 작업자들이 밀폐용기 형태인 열 교환기 청소를 마친 후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가동 중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본체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무게 1톤가량의 덮개가 폭발 충격으로 떨어져 나가 작업자를 덮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 공장 총괄 공장장, 원·하청 업체 대표 등 9명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남 주요 산업단지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게 문제다. 율촌산단 화학물질 유출사고 후 업체의 안이한 대응이 상징적이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플랜트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사고 발생 이후 반나절도 되지 않아 공장을 재가동했다. 화학물질 유출 다음 날 작업자들은 1,000원짜리 방진마스크를 쓰고 작업 현장에 투입됐다. 문상호 플랜트노조 사무국장은 "낮 시간대에 작업을 하고 저녁엔 미처 회수하지 못한 화학물질을 방제하는 작업을 벌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7일 비계(임시가설물) 작업을 하던 노동자 7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9일에는 170명이 이상증상을 호소해 무더기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노조는 현장에서 건물 4층에 쌓여 있던 수산화리튬을 발견했다. 위험 화학물질을 다루면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경고 표지도 없었고 비상시 안전 대책 훈련이나 피난 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전남 광양·여수산단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은 빈번한 안전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여수산단의 안전사고는 7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7건이었던 여수산단 안전사고는 2020년 8건, 2021년 24건 등 증가세다. 안전보건진흥원의 정밀 안전진단 결과 여수산단 입주기업들의 안전관리 미흡에 따른 권고·시정 조치는 468건에 달했다. 이 중 63%(299건)의 권고·시정 조치가 화학사고 취약 고위험 설비 분야다. △저장설비·반응기·연결 배관 96건(32%) △전기·소방 72건(24%) △안전보건일반 69건(23%) 등이다. 전남 광양산단 역시 2019년 3건, 2020년 6건, 2021년 4건, 2022년 5건, 2023년 4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는 사고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전국 국가산단에 화학재난합동방제센터(방제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방재청 등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종합적인 합동방제 대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센터장이 없고 각 기관별 파견 공무원으로 이뤄져 대응이 늦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김대희 여수YMCA 사무총장은 "법령에 의해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상황이 발생했을 때 태생적으로 부처별 책임 떠넘기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재난 상황 발생 시 사고를 신속히 예방하고 이를 복구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지자체가 산업단지에 관여하다 보니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떠넘기기도 고질병이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산단 안전문제를 책임질 주체가 환경부와 산자부, 고용노동부, 지자체로 나뉘어 있고 담당 직원들도 1~2년마다 바뀐다"며 "재난 대응의 핵심은 사고 발생 이전에 예방 능력을 갖추는 것인 만큼 전문성 있는 부처에 안전관리 책임을 전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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