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뒤집혀 구사일생 돌아온 선장, 되레 중대재해법 처벌받는다니…”
“며칠 전 통영 앞바다 어선 전복 사고로 선장을 포함해 9명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 배 선장이 기적적으로 구조됐더라도 동료를 잃은 슬픔을 달랠 틈도 없이 안전관리 책임을 물어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았을 겁니다.”
14일 오후 2시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영남권 결의대회’에서 단상에 오른 김태환 선주(船主)는 “해마다 조업 중 수십명이 사망하는 어업인의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충분히 대비할 시간도 없이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결의대회 한 참석자는 “선장이 선원과 같이 사망한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중대재해법이 쓰나미처럼 어업과 어민들을 덮칠 것”이라고 혀를 찼다. 법 시행 유예 호소를 외면한 채 1월 말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이 전격 시행됐고, 현장에선 각종 부작용이 확산하고 있다. 연근해에서 조업하는 소형 어선 5000척이 새로 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어업인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어업인을 비롯해 중소기업인, 소상공인들은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국회를 향해 마지막 호소에 나섰다. 6000여 참석자는 행사 시작 전부터 “중대재해법 유예하라” “준비 기간 보장하라” “기업인들 다 죽는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얼마나 절박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장 세우고 가게 문 닫고 왔겠느냐”고 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총선 이후라도 21대 국회 임기(5월 29일) 전에 유예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건설업 등 특정 산업에 맞춰진 중대재해법”
김태환 선주는 “배라는 제한된 공간과 바다라는 특수한 작업 환경 때문에 안전 조치를 완벽히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업 중 어선 사고가 빈번한 가운데 일선 선장들은 “사고가 나면 처벌 대상이 누구인지도 혼란스럽고, 처벌 수위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선박 사고 때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누군지 정부 부처 간 유권 해석도 엇갈린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선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소형 배들은 선장과 선주가 동일한 경우가 많긴 하지만 책임 소재는 사안마다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 수리 업체 포코엔지니어링을 운영하는 김귀동 대표는 “지금도 사고가 나면 다른 법으로도 처벌을 받고 있어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며 “그런데 처벌 수위나 기준을 대폭 올린 법을 왜 또 만들어 영세 업자들을 ‘예비 범법자’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산물 가공·냉동 업체 한일냉장 오종수 대표는 “우리처럼 직원 30명 수준인 영세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안전관리자를 채용하거나 육성할 수 없다”고 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3대째 식당을 운영한다는 권재천 김천횟집 대표는 “음식 장사 하는 소상공인들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나도 그랬다”며 “중대재해 예방 지침을 보니 제조업이나 건설업 같은 일부 현장에 해당하는 얘기뿐이라 자영업자들은 막막하다”고 말했다.
◇”경영 의욕 꺾는 중대재해법,지역산업 경쟁력 약화”
중대재해법이 중소기업인의 경영 의욕을 꺾고 나아가 산업 경쟁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신정택 세운철강 대표는 “부도도 겪고 어려울 때가 많았지만, 요즘처럼 기업인을 죄인처럼 몰아간 적은 없었다”며 “중대재해법 같은 과도한 규제로 젊은 기업인들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허현도 중기중앙회 부산울산지역 회장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는 대표가 나오기 시작하면 줄도산이 불가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떠받치는 지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제조업, 건설업뿐만 아니라 수산업 등 모든 산업에서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며 “5월 말까지인 21대 국회 회기 중 유예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다음 달 총선이 끝나고서 서울에서 1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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