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80%, 지방에 집중 배정

안준용 기자 2024. 3. 1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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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1600명, 수도권 400명
이달 중 대학별 정원 배분 확정

정부가 올해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입학 정원 2000명을 수도권에 20%(400명), 비수도권에 80%(1600명) 배분할 방침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의 필수 조건인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계획엔 변함이 없다”며 “무너져 가는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애초 계획대로 비수도권에 더 많은 정원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 의료 거점 역할을 하는 국립대 의대(9곳), 정원 50명 미만인 비수도권 ‘미니 의대’(12곳) 위주로 증원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정원 배분을 끝낼 방침이다. 수험생들이 준비할 시간을 주고, 대학들이 대입 절차를 빨리 진행할 수 있게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현재 의대 입학 정원 3058명 중 수도권 13개 대학 정원은 1035명(33.8%),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023명(66.2%)이다. 현재 정부 방침대로면 내년도 입학 정원은 수도권 1435명(28.4%), 비수도권은 3623명(71.6%)이 된다. 비수도권이 70%를 넘어서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도 현행 ‘최소 40%’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또 ‘지역 의료 발전 기금’ 신설, 지역에서 근무할 ‘계약형 필수 의사제’ 도입 등으로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을 서울 대형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의대 증원과 전공의 처벌 등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는 타협점을 못 찾고 있다. ‘전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19개 의대가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데 이어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14일 결의했다. 10개 국립대 총장으로 구성된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의대생·전공의 복귀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를 향해선 “의정 간 대화의 장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분 2000명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2대8 비율로 배분하려는 것은 지역 의대·병원의 경쟁력을 키워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이달 초 교육부가 실시한 증원 수요 조사에선 수도권 대학이 930명 증원, 비수도권 대학이 2471명 증원을 신청했다. 400명·1600명 증원은 수도권 대학이 신청한 인원에서 약 43%, 비수도권 대학이 늘리겠다고 한 인원의 약 65%를 증원하는 것이다. 9개 지방 국립대 의대에는 지역 의사를 배출하는 거점 역할을 맡긴다. 정원 50명 미만인 비수도권 미니 의대(12곳)와 경기·인천 미니 의대(5곳)의 경우엔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국 의대는 평균 정원이 100명이 넘는데 우리는 77명”이라며 “입학 정원이 너무 적으면 교육에 비효율이 생기는데, 현재 각 대학의 증원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는 또 지역 병원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의대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도 현행 ‘최소 40%’에서 60% 이상으로 대폭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지역 의대에서 교육받고 지역 대학병원에서 수련받는 경우, 지역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또 일본처럼 지역 의료 인프라·인력 확보 등에 쓸 ‘지역 의료 발전 기금’ 신설을 검토한다. 의대생에게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대신 의사가 되면 일정 기간 지방에서 진료하도록 하는 ‘계약형 필수 의사제’ 도입도 추진한다. 의료 취약지 등에 더 높은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를 적용하는 ‘맞춤형 지역 수가’도 도입할 계획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 ‘의대 증원만으로 필수·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필수 의료 관련 대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5년간 약 1조3000억원을 지원해 소아 중증 진료를 강화하겠다”며 “2세 미만 소아의 입원 진료비는 낮추고, 소아가 야간·휴일에도 병원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에 처한 필수·지역 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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