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박 사고 선장은 살아 와도 감옥” 이런 법이 중대재해법

조선일보 2024. 3. 1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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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 대회에 참석한 부산 지역 어업인들은 "선박 사고가 나면 선장이 살아 돌아와도 바로 구속될 것"이라면서 법의 불합리를 지적했다./김동환 기자

중소상공인 6000여 명이 14일 부산에서 모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했다. 어업 종사자가 많은 부산 지역 특성을 반영하듯 선주, 선장들이 대거 참석해 기막힌 상황을 호소했다. 한 선주는 선장 포함 9명이 사망, 실종한 며칠 전 통영 앞바다 어선 전복 사고를 언급하며 “선장이 살아 돌아왔더라도 안전 관리 책임 탓에 바로 구속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선박 사고로 선원이 사망하면 안전 대책 미흡 혐의로 선주·선장이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어업인들은 해상 사고는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등 천재지변 상황이 많고, 어업 자체가 위험도가 큰 작업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런 특수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22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회사 대표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유예기간 2년을 거쳐 올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적용됐다. 법 적용 범위가 모호하고 처벌 수위가 과도해 중소상공인들이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고 읍소했지만, 노동계를 의식한 민주당이 반대해 확대 시행이 강행됐다. 혼란에 빠진 영세 업체들은 실질적인 사고 예방보다 사고가 났을 때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업에 더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안전 관리 담당자들은 사고에 충분히 대비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작업 일지’ ‘위험성 평가회의 결과’ 등 최대 37종의 서류를 구비하느라 현장 점검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린다고 하소연한다.

법 시행 2년의 결과를 보면 사고 예방 효과도 불확실하다. 작년 경우 법이 적용되지 않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 사고 감소 폭(8.8%)이 50인 이상 사업장의 감소 폭(4.7%)보다 더 컸다. 50억원 이상 대형 건설 현장에선 사고 사망자가 2022년 115명에서 2023년 12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사고 예방 효과도 불분명하고 기업인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이 법은 전면 재개정되는 것이 옳다. 임기가 5월 말에 끝나는 이번 국회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그 전에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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