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5기, ‘스탈린 29년’ 넘어선다...러시아 대선 투표 오늘 시작
러시아에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8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올해 5월부터 2030년 5월까지 6년간 재임할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72) 현 대통령이 수월하게 당선되면서 5번째 집권에 성공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대선에서 푸틴의 득표율은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부분 관영인 러시아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23년간의 집권 과정에서 국민 사이에 ‘유능하고 강한 리더십의 지도자’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푸틴은 실제로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파괴된 러시아 경제를 재건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대(對)서방 에너지 수출에서 비롯된 풍부한 재정이 바탕이었다. 15개 개별 국가로 쪼개지며 위축된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확장 정책을 펴면서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강화한 것도 대중에게 먹혀들었다. 이 과정에서 부패와 독재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등 권위주의적 독재의 성격이 강해졌으나, “푸틴만 한 리더가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그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경쟁자들도 모두 사라졌다. 지난해 6월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한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두 달 만에 전용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푸틴의 ‘마지막 정적’으로 평가받았던 알렉세이 나발니마저 지난달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이번 대선에선 반(反)푸틴 성향 인물의 입후보는 사전 차단됐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군의 명예를 훼손하고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가짜 정보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유로운 언론·정치 활동을 사실상 금지한 상태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와 그의 지지자들이 대선 마지막 날인 17일 투표소에 나와 반푸틴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하고 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 5월 러시아 3대 대통령에 취임한 푸틴은 헌법상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총리로 물러났지만 사실상 실권을 행사한 2008∼2012년을 포함해 24년 가까이 러시아를 통치해왔다. 이번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30년 5월까지 30년간 집권한다. 이는 옛 소련과 러시아를 통틀어 20세기 이후 최장 집권을 한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총서기의 기록(29년)을 뛰어넘는 것이다. 20세기 이후 푸틴의 기록을 넘어서는 권위주의 통치자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49년), 북한의 김일성(46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42년) 정도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푸틴의 재집권은) 명실상부한 21세기 ‘차르’의 등장”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2020년 개헌으로 푸틴은 2030년 대선에 출마해 6번째 대통령 집권도 가능하다. 이 경우 자신이 만 83세인 2036년 5월까지 36년간 집권, 18세기 제정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의 34년 집권 기록마저 뛰어넘는다.
푸틴 집권 5기의 성공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경제·외교 성과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잘 막아내면서 러시아 영토로 편입한 점령지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푸틴은 전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서방으로부터) 말살의 위협을 받는 러시아’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인식을 확산,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경제 역시 당분간 건재한 모습을 보이며 푸틴의 입지를 단단히 해줄 것으로 예측된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의 핵심 자금줄인 에너지 수출이 잠시 막혔지만, 중국과 인도 등이 ‘큰손’으로 등장하며 해결됐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을 2.6%로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1.1%)의 2.4배다. 외교적으로는 중국과 더욱 밀착하며 북한·이란 등과 ‘권위주의 동맹’을 강화할 전망이다. 남미·아프리카 저개발국 등 비동맹 외교 노선 국가들과 협력해 미국 등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를 대체하는 외교 전략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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