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시니어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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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했을 때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 제철소가 물에 잠겼다.
제일 급한 건 용광로에서 펄펄 끓는 쇳물 처리였다.
모래를 깔고 쇳물을 임시로 받아내는 시설을 별도로 지어야 하는데 수십 년 전 사라진 기술이라 재직 임직원 중에는 경험자가 없었다.
군 자원이 격감한다는 소식에 재입대 의지를 다지며 '시니어 아미'를 조직할 정도니 이들의 적극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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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했을 때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 제철소가 물에 잠겼다. 제일 급한 건 용광로에서 펄펄 끓는 쇳물 처리였다. 모래를 깔고 쇳물을 임시로 받아내는 시설을 별도로 지어야 하는데 수십 년 전 사라진 기술이라 재직 임직원 중에는 경험자가 없었다. 그때 등판한 게 퇴직자들이다. 후배들의 다급한 부름에 망설임 없이 달려와 축구장 절반 크기의 ‘사처리장’을 설계도 하나 없이 오로지 경험에 의지해 복원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소 1년은 걸린다던 제철소 복구가 135일 만에 완료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이 유행이다. 활동적인 노인이라는 뜻인데, 노인이라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건강’ ‘활력’ ‘경제력’을 갖춘 이들을 일컫는다. 패션 업계에서는 언제부턴가 ‘실버’를 강조하지 않는다. 고령층이 연령맞춤형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 마케팅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음원 판매사이트의 서비스 이용시간은 5060이 아이돌 주 소비층인 10대의 배다. 임영웅 같은 트로트 가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진입 연령층이 높아진 덕분이다. 군 자원이 격감한다는 소식에 재입대 의지를 다지며 ‘시니어 아미’를 조직할 정도니 이들의 적극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남도가 올해 퇴직 예정이거나 퇴직한 의사를 모집해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보내는 ‘시니어 의사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 시니어 의사는 의사가 없는 취약지역의 병원이나 보건소 등과 연계해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경남은 물론이고 지방 곳곳이 처한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연봉을 수억 원씩 제시해도 시골에 근무하겠다는 젊은 의사가 없다. 그러나 은퇴한 의사들은 그만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외면 않는 사례를 종종 본다. 실제로 비수도권 일부 중대형급 병원이 정년 퇴임한 수도권 명의를 초빙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험은 절대 늙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기업에서 퇴직한 70대 남성(로버트 드니로)이 인턴으로 재취업해 겪는 우여곡절을 묘사한 영화 ‘인턴’의 명대사다. 인구가 격감하면서 나이를 불문하고 경륜과 경험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노인들은 경쟁에서 한발 비껴나 잇속에 민감하지 않고, 가족 부양 책임이 가벼워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다. 무엇보다 헌신적이다. 자식이나 손자 세대의 공백을 채울 대안으로 시니어가 주목받는 이유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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