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최전선’ 7년간 이끈 수장 “韓 젊은 작가들 활약 눈부셔”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애그니스 마틴 첫 한국 전시도 기획
‘현대미술의 최전선’인 영국 테이트모던을 7년간 진두지휘한 프랜시스 모리스(66) 전 관장이 최근 두 가지 이슈로 국내 미술계 화제에 올랐다. 하나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석좌교수로 초빙돼 이번 학기부터 한국 강단에 선다는 것. 세계 미술계 인사가 이대 석좌 교수로 초빙된 건 백남준 이후 20년 만이다. 또 하나는 지난달 개관한 강릉 솔올미술관의 두 번째 전시로 5월 개막하는 애그니스 마틴(1912~2004) 개인전의 객원 큐레이터로 그가 나선다는 소식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프랜시스 모리스 테이트모던 명예관장은 “20세기 ‘초국가적인’ 거장 백남준 이후 처음이라니 영광”이라면서 “학생들이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토론을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을 건축 유형으로 나눠 기관의 성격을 살펴본다거나, 다양성의 존중 같은 요즘 시대 화두에 맞게 미국과 유럽의 모더니즘 역사를 어떻게 탐구할 수 있는지 학생들과 토론하고 싶다”고 했다.
캐나다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애그니스 마틴의 첫 한국 개인전도 기대를 모은다. 모리스는 “전시는 총 세 파트로 구성해 구상에서 시작해 추상으로 가는 마틴의 작업 여정을 전부 보여줄 것”이라며 “큰 규모의 전시는 아니다. 관객들이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문화적·역사적 배경이 다른 동시대 해외·한국 작가를 연결해 보여주려는 솔올미술관의 두번째 시도로, 애그니스 마틴과 단색화 거장 정상화(93) 개인전을 나란히 펼친다.
모리스는 테이트모던의 살아있는 역사 같은 인물이다. 1987년 큐레이터로 시작해 런던 템스강 인근 화력발전소를 현재의 테이트모던으로 개관하도록 주도했다. 루이즈 부르주아, 구사마 야요이, 애그니스 마틴 등 거장들의 대규모 회고전을 기획했고, 2006년부터 10년간 국제 예술 컬렉션 디렉터로서 전 세계 주요한 작품들을 찾아 테이트모던의 소장품을 축적했다. 2016년부터 7년간 관장을 지내면서 아프리카·중동·동유럽·아시아 작가들을 적극 키우고, 소외된 관객과의 간극을 좁히며 미술관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관장 재임 중 최대 성과로 “새로 추가되는 소장품이 곧바로 수장고로 향하는 게 아니라 미술관 벽에 걸어 관객들이 접할 수 있게 한 것”을 꼽았다.
최근 미국·유럽에서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는 것에 대해 그는 “사실 너무 늦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만 한국 미술 특별전이 5~6개 열렸는데, 전시를 통해 그동안 해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근대의 아픈 역사를 알리고 조명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특히 한국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했다. 오는 10월에는 30대 설치 작가 이미래가 ‘현대 커미션’ 초대 작가로 선정돼 테이트모던의 간판 전시장인 터바인홀에서 단독 전시를 연다. 모리스는 “터바인홀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건 작가로서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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