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키운건 명문고 ‘엘리트 동맹’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3.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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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 경복고, 휘문고, 배재고, 경남고, 부산고, 경북고, 광주일고, 전주고. 이 학교 이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야구의 나라'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학연'은 한국 주류 사회가 야구를 사랑하게 된 출발점이었다. '학연'을 바탕으로 한 엘리트들의 '야구 동맹'은 해방 직후 청룡기 야구대회가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으며, 은행단 야구 팀의 창단과 프로 야구 출범에도 산파 역할을 했다. 1970년대 고교 야구의 전성기가 찾아온 이유도 학연이었다. 명문고 동문이 후원했던 고교 야구는 곧 학교 담장을 넘어 지역 간의 경쟁으로 발전했고, 그 체제를 프로 야구가 그대로 이어받아 한국 최고의 프로 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야구의 나라는 야구 명문교의 '학연'과 정치·경제·미디어·문화 엘리트의 결합이 건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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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나라 - 이종성 지음/틈새책방/1만8000원

- 일제 강점기 ‘귀족 스포츠’ 야구
- 문화사 시각으로 인기 배경 추적

경기고, 경복고, 휘문고, 배재고, 경남고, 부산고, 경북고, 광주일고, 전주고…. 이 학교 이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지역 명문고? 아니다. 학교 이름을 몇 개 더 보태보자. 선린상고, 군산상고, 마산상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야구 명문고들이다. 1970년대 고교 야구의 흥행은 우연이 아니었다. 전교생이 동원된 응원전은 그 자체로 볼거리였고, 여학생들이 보는 월간지에도 고교 야구선수 화보 사진이 등장했다. 전국에 야구에 미친(?)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무수히 존재했다. 프로야구 시대가 개막했을 때 그들은 이미 ‘찐팬’이 될 준비가 끝나있었다. 이 책의 제목 ‘야구의 나라’처럼.

부산 사직구장에서 관중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저자 이종성은 어릴 적부터 야구를 하는 것보다는 TV로 야구 중계를 보고 관련 기사를 읽는 걸 좋아했다. 그는 기자로 일하는 동안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가 문화이며 한 시대를 반영하는 귀중한 타임캡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닿았고, 스포츠 문화사를 공부했다. 오늘도 신문과 잡지를 뒤적이며 한국의 대표적 야외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가 어떻게 한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이 있었는지를 추적 중이다.

‘야구의 나라’는 일제 강점기 ‘귀족 스포츠’였던 야구는 어떻게 전 국민이 열광하는 스포츠가 됐는지 한국 스포츠사의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문화사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일제 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야구가 국민 스포츠가 된 과정을 추적했다.

책의 부제 ‘한국의 피워 엘리트들은 어떻게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었나’는 무척 흥미롭다. 저자의 글 한 대목을 읽어보자. “‘야구의 나라’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학연’은 한국 주류 사회가 야구를 사랑하게 된 출발점이었다. ‘학연’을 바탕으로 한 엘리트들의 ‘야구 동맹’은 해방 직후 청룡기 야구대회가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으며, 은행단 야구 팀의 창단과 프로 야구 출범에도 산파 역할을 했다. 1970년대 고교 야구의 전성기가 찾아온 이유도 학연이었다. 명문고 동문이 후원했던 고교 야구는 곧 학교 담장을 넘어 지역 간의 경쟁으로 발전했고, 그 체제를 프로 야구가 그대로 이어받아 한국 최고의 프로 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야구의 나라는 야구 명문교의 ‘학연’과 정치·경제·미디어·문화 엘리트의 결합이 건설했던 것이다.


책장을 넘기던 중 부산 이야기에서 멈추었다. “롯데 팬들이 만든 응원 문화도 특별했다.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 응원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 테마송과 응원가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시작됐다. (중략)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신문지를 흔들며 펼치는 롯데의 응원은 일본에서도 유명해져서 한 일본 여행사가 사직 야구장 응원을 패키지여행 코스에 넣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는 사직구장에 가 본 사람은 몸을 뚫고 들어와서 나가던 함성과 응원가를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야구를 사랑하는지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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