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재단과 노동개혁 공동기획, 정부·기업에 적극적 해결 방안 촉구해야

정리/김정형 기자 2024. 3.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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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3월 정례회의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중식 부국장, 민세진·김재련·장부승·고산·김별아 위원, 김도연 위원장, 김태수 위원. /김지호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1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위원과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의대 정원]

-<[논설실의 뉴스 읽기] 필수 의료 어쩌다 이 지경에>(3월 1일 자 A21면)는 의대 증원 갈등이 근본적으로 수가(酬價)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수가 문제를 유연하게 대응해야 했는데 20년 넘게 손을 놓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반면 <무책임한 의대학장... “3000명” 말하다 이제와 “350명만 가능”>(2월 22일 자 A2면)같이, 정부에서 의대 증원 숫자를 제출하라고 드라이브를 걸고 대학 총장이 늘리겠다는 상황에서 의대 학장이 어떻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

-<3401명… 의대 40곳 전부 증원 신청>(3월 6일 자 A1면)에서 의대생을 가르치는 대학이 3000명 이상 증원도 가능하다고 한 것을 보면,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에 힘이 실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의 관계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깎일 것을 예상하며 신청해야 했고, 목소리를 높여야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관행의 산물이라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의대 증원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단순히 정부 입장을 대변하거나 의료계에 비판적인 대중 여론을 넘어서, 더 세심한 분석과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실 환자를 볼모로 물러설 생각이 없는 의료계에 대해서도, 2000명 증원안을 고집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양측이 모두 과도하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론] 정부와 의사는 500~1000명 증원으로 빨리 합의해야>(3월 2일 자 오피니언면)는 그런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민주주의]

-<”민주주의 불만” 59%… “독재 체제 선호” 美도 26%>(2월 29일 자 A16면)는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후퇴와 관련된 흥미롭고 중요한 내용을 전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유권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懷疑)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서이다. 다만 그 내용이 매우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후퇴 상황을 담고 있는데, 보고서 요약에 그쳤다. 추가 취재를 통해 민주주의 후퇴와 관련된 여러 나라 상황을 비롯, 전문가 해석·평가를 포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3월 5일부터 <12대88의 사회를 넘자> 시리즈를 연재 중인데, 전태일재단과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조선일보의 자신감과 전태일재단의 자성이나 이해 요구가 만난 결과일 텐데, 깜찍하고 화끈한 결단이다. 노동계 문제에 대한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전태일재단의 제안’ 코너를 통해 노동자 당사자의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 시도도 의미 있었다. 정책 경쟁이 사라지고 비방으로 점철된 선거판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다.

-<12대88의 사회를 넘자>에선 원청과 하청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기초 산업 노동자의 소외, 프리랜서 노동자 등을 다루었는데, 모두 공감이 되고 기존 노동문제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 노조 소속 노동자들도 양보해야 하겠지만, 복잡한 계약 관계와 제도를 지탱하는 사용자와 감독, 보호 책임이 있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와 문제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지적해야 한다.

-<53억 들였는데… 전기 한번 못 만들고 흉물 됐다>(2월 27일 자 A10면)에서 보듯 선심 공약이 난무하며 혈세 낭비를 부추기는 상황에서 덕적도 풍력 단지 사례는 시의적절한 지적이었다. 무분별한 사업 유치로 인해 실패한 프로젝트의 참담한 결과가 7년 차를 두고 찍은 두 장의 사진 비교로 더욱 선명해졌다. 선심 공약의 난무로 혈세 낭비를 부추기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숨지 않는 사회 끝까지 싸워서 만들 겁니다”>(3월 8일 자 A1·2면)는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치열한 투쟁과 법적인 문제점을 잘 드러냈다.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면 피해자 얼굴을 책으로 가린 상태로 촬영했는데, 왜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자가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하고 이름을 바꾸고 얼굴을 숨긴 채 살아야 하는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 피해자 이야기를 통해 다뤄주면 좋겠다.

4월 총선과 관련해 묻힌 이슈 중 하나가 ‘위력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문제다. 미투 의혹이 불거졌거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의혹을 받는 인물이 반성하지 않고 공천 신청을 하는 등 정치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조선닷컴이 지난해부터 기획 기사로 사형수들의 과거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다룬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에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없었지만 최근 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어나면서 기획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기사들 대부분이 끔찍했던 기억을 소환하고, 기획 배경이 되는 사형제 쟁점에 대해 새롭거나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부담스러운 기사가 아닐까 우려된다.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 입장에서도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기획은 해외 육아 사례를 적절하게 소개하는 게 돋보이는데, 지방 붕괴 등의 요인은 덜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2015년을 기점으로 출생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그때 지방 붕괴가 임계치를 넘어 폭발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그때부터 지방에서 여성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남성들은 취직이 안 되거나 비정규직 혹은 저임금 직장으로 가면서 결혼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아이를 낳으면 좋은 것이고, 가족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같다. 틀린 얘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혼 자체를 꿈도 못 꾸는 20대들이 보면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지방 붕괴나 소득 격차 등도 저출생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회의에서 <스토킹으로 감옥 갔는데 또 ‘편지 스토킹’... 막을 法 없다>(1월 13일 자 A10면)에서 스토킹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해자가 교도소 안에서 피해자에게 또 편지 보내는 일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는데,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이와 관련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하지만 가해자가 우편 등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행위도 처벌한 판례가 있다. 수사기관이나 헌법재판소가 그 의미를 좁게 해석해 편지를 통한 스토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험사기]

-<보험사기 적발액 1조1164억... AI 동원해 사기범 잡는다>(3월 7일 자 B5면)는 요즘 AI를 동원해 보험사기를 잡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조선닷컴에서는 제목이 <1조 넘은 보험사기.. 자동차 고의 사고에 20대가 압도적인 이유>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사기 중 ‘운전자나 피해물 조작’이 ‘고의 충돌 사고’의 2배 이상이다. 또 고의 충돌 사고에서 20대 비율이 높은 건 맞지만 전체 결과에 비추어 20대를 이렇게 부각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눈길을 끌려고 20대가 약간 비난받을 제목으로 바꾼 것 같다.

-<한국, OECD 38국 중 ‘삶의 만족도’ 35위>(2월 23일 자 B5면)는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이 OECD 35위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기사에선 삶의 만족도가 지난 10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기사 전체로 보면 국민의 삶 수준이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이런 혼란이 발생한 것은 기사 초반과 후반에 사용한 통계 자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 소스를 명확히 제시해야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지역경제 살리려… 53년 만에 푸는 그린벨트 족쇄>(2월 22일 자 A1면)를 보면 아파트 건설이 아닌 첨단 산업단지를 위해 그린벨트를 푼다고 정부가 발표했는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린벨트를 푼다고 산업단지가 활성화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토지 용도 제한, 집적도 제한 등 산업단지 규제를 해제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웹툰 작가·작곡가 된다>(2월 23일 자 B8면)를 보면 AI를 활용해 기존 크리에이터는 품을 덜고, 일반인도 크리에이터가 되기 쉬워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AI가 생산한 콘텐츠와 관련하여 또 다른 중요한 이슈인 ‘소비자 반응’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AI가 작성한 기사를 독자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AI가 작곡 작업의 절반을 책임진 음악에 대해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소비자 반응도 취재해야 한다.

[건국전쟁]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총선을 앞두고 좌우 이념으로 여론이 갈리고 있는 시점이라서 그런지 관련 기사가 많았다. 여기에 영화에 대한 더 다양한 의견들, 즉 젊은 세대의 관람 소감이나 영화가 지닌 아쉬운 점들도 다루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유튜브에 빠진 한국… 1인당 매달 40시간씩 봐>(3월 5일 자 B1면)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매달 40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쏟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 점에서 단연 수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앞서 가고 있는건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 것인지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 또 <’이강인 가짜 뉴스’로 유튜버 7억 돈벌이>(3월 4일자 A2면)에서 문제가 되었듯이 가짜 뉴스나 조작 영상을 처벌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유튜브를 통해 확증편향적 사고에 빠지는 것도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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