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배상-연체율 상승… 피치도 “韓은행권 실적 악화될것”

강우석 기자 2024. 3.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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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올해 국내 은행권의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피치는 13일 발간한 '정부의 ELS 배상 압박으로 은행권 이익이 역풍을 맞았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 대한 평균 배상비율이 40%로 산정되면 올해 국내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최소 6%에서 최대 34%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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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배상땐 영업익 최대 34% 급감”
금융당국 “건전성엔 문제없다 결론”
고금리속 취약 대출자 연체율 올라
4대 금융 1분기 순익 6.8% 감소 전망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올해 국내 은행권의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안(배상안)을 은행권이 수용할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30% 넘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은행권은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연체율 상승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라는 ‘이중고’ 속에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무디스 이어 피치도 韓 은행권 우려

피치는 13일 발간한 ‘정부의 ELS 배상 압박으로 은행권 이익이 역풍을 맞았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 대한 평균 배상비율이 40%로 산정되면 올해 국내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최소 6%에서 최대 34%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피치는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함께 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다.

피치가 가정한 평균 배상비율(40%)은 금감원이 발표한 홍콩H지수 ELS 배상안 전망치의 중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최병두 피치 디렉터는 “사업 규모에 비해 많은 금액을 판 은행들이 영업이익 하락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무디스는 8일 국내 은행 시스템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1년 내로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며 전 세계 국부펀드, 연기금 등의 기관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 연체율 상승-상생금융 압박 ‘이중고’

금융당국은 ELS 배상이 은행권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시나리오 안에서 분석해 봤는데 (ELS 분담금에 따른) 자기자본비율(BIS) 등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ELS 불완전판매 이슈로 은행권의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엔 먹구름이 끼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1∼3월) 순이익 전망치는 4조63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8% 낮은 수준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1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 한 해 은행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리스크는 증가하는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도 은행권의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부진할 경우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 부담이 커져 신용 위험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약계층 중심의 신용 위험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2022년 4분기(10∼12월) 7.2%였던 취약 대출자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7∼9월) 8.9%로 1.7%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각종 악재로 은행권의 사업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 전·현직 회장과 은행장들은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금융지주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은 38억5600만 원, 양종희 현 회장은 15억55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각각 22억5300만 원, 13억 원을 수령했다. 주요 시중은행장들의 연봉은 대체로 10억 원 안팎이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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