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NO(노)인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년)는 코언 형제가 감독하고 하비에르 바르뎀의 엽기적 표정과 연기가 압권인 영화다. 늙은 보안관이 살인마를 추격하는 전개와 더불어 영화의 타이틀이 주는 묘한 매력이 어우러진 수작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이슈가 여러가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구 구조학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노인,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의 미래 성장과 개인의 행복 만족도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다.
국가의 미래를 막는 덫이 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주를 이룬다. 2024년부터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은 86세, 여성은 무려 90세가 된다(보험개발원 경험생명표 개정 통계). 의료 시설의 확대와 생명연장 기술이 발전하며 급속히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잠식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제 끈질기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인구 구성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960년대생들의 은퇴 러시도 시작된다.
2018년 고령화사회(인구 7% 이상)에 들어선 지 약 7년 만이고 이제 국민 5명 중 1명이 법적으로 노인이다. 노동력을 공급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고 고령화가 되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의료비와 사회복지 비용이 폭증하고 국가의 전체적인 역동성이 떨어져 사회개혁도 힘들어진다. 고령화사회에선 선출되는 정부가 노인 인구의 이익을 우선시해 보수화 경향을 띌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대처와 에너지 혁신, 미래 첨단산업으로의 변환 같은 미션이 더디게 진행될 우려도 있다. 고령화와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놀라는 모습이 밈(meme)으로 만들어지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또 노인 빈곤율 40%(OECD 1위)와 노인 자살률(OECD 평균의 3배)의 본질은 노인 문제 대비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방증이다. 늦었지만 이른바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이동권을 보장하는 교통체계,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재교육이 핵심이다. 인구 피라미드의 기형화는 잠재성장률을 급전직하시키고 국가의 재정 흐름을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과감한 사고의 전환과 대공사가 필요하다. 생산가능연령에서 벗어나 있는 천만 고령인구 중에는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 체력이 있는 ‘액티브 시니어’가 다수다.
미래 소비의 주도층이며 생산 측면에서도 2차 의무교육을 실시해 노인이 세상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독립적인 경제인으로 서게 해야 한다. 이것이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 천만 노인시대에 노인이라고 스스로 포기하고 뒷방 늙은이가 되면 이제는 답이 없다. 노인이 아니라 후기 청년일 뿐이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생존 방식을 다르게 정의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 노인이 단순히 부양해야 할 인구로만 취급되면 정부의 곳간을 좀먹고 젊은층과의 유기적 사회 통합이 저해된다. 벌써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반대를 신박한 정치공약으로 발표하지 않는가. 현실과 맞지 않은 법정 노인 연령도 조정하고 사회적 생산력에 기여하는 인생2모작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경제적 역동성과 출산 지원책이 맞물려야 국가의 생동감이 살아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오직 후기 청년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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