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가 오사카야 부산이야? 지역 핫플에 늘어선 日語 간판

글·사진=이유진 기자 2024. 3. 15.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밤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이색적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부산인데, 지역색을 잃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최근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부산 대표 상권인 부산진구 서면과 전포동, 수영구 광안·남천·민락동을 비롯한 지역 곳곳 상가에 일본어 간판으로 무장한 음식점과 요리주점이 줄줄이 생겨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풍 유행

- MZ 즐겨 찾는 전포·광안·민락동
- 인테리어·메뉴판도 현지 분위기
- 이국적 풍광 즐기려는 손님 많아
- 일각선 “지역색 퇴색” 우려 시선

“일본 밤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이색적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부산인데, 지역색을 잃을까 우려스럽습니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일본식 주점 안팎이 오사카 도톤보리 상징물인 ‘글리코상’ 캐릭터를 비롯한 일본어 홍보물로 장식돼 있다.


최근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부산 대표 상권인 부산진구 서면과 전포동, 수영구 광안·남천·민락동을 비롯한 지역 곳곳 상가에 일본어 간판으로 무장한 음식점과 요리주점이 줄줄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요식업 트렌드다’ ‘이색적이고 흥미롭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과거사를 생각해야 한다’ ‘부산의 지역색이 퇴색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14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서면과 전포카페거리·전포사잇길 일대. 이곳은 20, 30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카페 식당 술집이 즐비한 거리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이 거리에 일본어 간판을 내건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열었다. 지금은 거리 한 블록을 지날 때마다 일본어 간판을 건 가게 1~3곳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한 일본식 주점 내부가 일본어 포스터로 도배돼 있다. 이유진 기자


이 가게들의 특징은 음식뿐만 아니라 가게 안팎부터 메뉴판까지 최대한 일본 현지 분위기를 살렸다는 점이다. 일본어가 크게 새겨진 간판에서는 한국어를 찾아보기 힘들거나 작게 쓰인 경우가 많아 글자를 읽기 어려운 정도였다. 일본 가요가 흘러나오는 가게 안은 일본의 ‘아사히·기린 생맥주’ ‘산토리 하이볼’을 광고하는 포스터로 도배됐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의 상징물로 통하는 ‘글리코상’ 캐릭터를 간판으로 앞세운 가게도 여러 곳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주요 상권에서도 나타나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풀린 데다 엔데믹 이후 엔저에 따른 일본 여행이 증가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산 위스키 맥주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2곳을 운영 중인 정진웅(39) 씨는 “요식업 문화가 먹거리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공간과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즐기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며 “2019년 노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심할 때는 일본색을 없애기 위해 가게 인테리어를 바꿨는데, 지금은 오히려 최대한 일본풍으로 가게를 장식하는 게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잠깐 식사를 하더라도 외국에 온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원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인증하려는 고객이 많다는 설명이다. 창업 인프라도 일본식 음식점의 접근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한 일본식 주점 외부가 오사카 도톤보리 상징물인 '글리코상' 캐릭터를 비롯해 일본어 포스터로 장식돼 있다. 이유진 기자
일본어 간판으로 뒤덮인 부산 대표 상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직장인 최모(27) 씨는 “평소에도 일본 여행을 온 듯한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SNS를 통해 알게 된 가게들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반면 강모(30) 씨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볼 때 부산의 색깔이 없다고 느낄 듯하다”며 “일본어 간판을 건 가게들이 무분별하게 생겨 지역색이 사라질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윤모(60) 씨는 “역사적인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일본 문화를 추종하는 것은 자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젊은 세대가 친숙한 일본 문화를 일상에서도 즐기려는 것으로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가 여러 콘텐츠를 통해 경험한 일본 문화를 즐기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탈리아 피자, 멕시코 타코를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젊은 층일수록 과거사 문제와 문화 소비를 분리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일본식 주점 앞에 일본어와 엔화로 표기된 메뉴판이 있다. 이유진 기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