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주식시장 올해 10% 넘게 올라… 고개 드는 반등론
지난 2년 넘게 부진했던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주식시장이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올해 2월 초 저점 대비 12% 올랐고, 항셍지수와 홍콩 H지수도 각각 1월 22일 기록한 연저점에 비해 14%, 19%씩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주요 주가지수가 올해 저점 대비 10% 넘게 반등하면서 바닥을 찍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지난 12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달 열린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나온 경기 부양책이 기대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주식시장은 크게 실망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부펀드 투입, 공매도 금지, 대출금리 인하를 비롯해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겹쳐 일단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보인다.
◇탈(脫)중국 행진 멈춘 외국인
외신들은 중화권 증시에서 발을 뺐던 외국인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 본토 증시에는 18억위안(약 3296억원)이 유입됐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작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6개월 연속 순유출(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됐던 외국인 자금이 2개월 연속 순유입으로 돌아서게 된다. 14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1위는 귀주모태(약 75억위안, 약 1조3700억원)였다.
특히 성장성이 있는 종목들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 12일 샤오미 주가는 전기차 출시 일정을 공개한 호재로 11% 넘게 상승했고,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눈높이를 올린 중국 배터리 업체 CATL도 지난 11일 주가가 14.5% 뛰었다. 모건스탠리는 “가격 경쟁이 막바지”라며 CATL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하고 목표가도 기존 대비 14% 높은 210위안으로 제시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화권 주식시장의 방향성은 성장주가 이끈다는 점에서 최근의 반등이 시장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것도 중화권 주식시장 반등론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의 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0.7% 상승하며 5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1~2월 수출액도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1.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로널드 템플 라자드자산운용 최고시장전략가는 “지금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게 합리적”이라며 “중국은 향후 12~18개월 이내에 가장 성적이 좋은 주식시장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 “中 투자 추천 안 해”
그러나 중국 시장 회복과 관련해선 신중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중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이 부진을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도 계속되는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2월 중국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은 중국 최대 명절 ‘춘제(중국 설)’ 효과로 인한 ‘깜짝 반등’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올해 내수 확대를 위해 소비 연한이 지난 가전과 자동차 등 내구 소비재를 교체할 때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꾸면 보조금 지급)’ 정책을 펴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민간 소비 침체를 역설적으로 인정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일본식 장기 불황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5일 샤민 모사바-라흐마니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 경제가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며 “중국 주식이 역사적으로 싼 수준임에도 지금 중국에 투자할 때는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고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은 점 등이 투자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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