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볼모로 극단 치닫는 의•정, 합리적 타협점 찾아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만2천여명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교수들도 집단 사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서울대, 연세대, 아주대 등 19개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15일까지 학교별로 교수들의 사직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4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동맹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유급 처리가 임박했다. 전체 의대생의 75%인 1만4천여명의 휴학 신청자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수업일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을 당하게 된다. 의대 교육이 파행하고 의사 배출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진다.
이에 의대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의료 공백 사태 해결과 전공의·의대생 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다. 의대생 집단 유급은 의료 공백 사태의 장기화를 불러오게 된다. 의대 교수들은 “비대위의 목표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해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이라며 정부에 협상을 요청했다. “의대 증원을 1년 늦추고 논의를 계속하자”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흔들림 없는”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의대 증원에 대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대화 의지가 없는 듯하다. 정부는 “어렵고 힘들어도 미래세대를 위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전공의와 의사협회 등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답답한 형국이다.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보고 있는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의료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환자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부 탓도 크다. 정부도 환자를 볼모로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비상 진료체계는 허술하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자리를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 은퇴 의사도 불러들이고 있다. 이런 임시방편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은 해법이 아니다. 의·정 갈등이 심각한데 여야는 총선에 몰두하느라 관심도 없으니 한심하다. 정치의 실종이다.
의·정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기 전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사협회·여야·국민·교수·전공의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협의체가 의·정 대치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치킨게임은 안 된다.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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