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팔리고, 콘래드 매각엔 4곳 몰려… 호텔, 찬밥서 알짜로 부활

신수지 기자 2024. 3.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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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관광객 늘며 찬밥서 알짜로
/뉴시스

서울 명동에 있는 4성급 티마크 그랜드 호텔. 1979년 대한전선 사옥인 인송빌딩으로 건립됐다가, 2016년 당시 급증하던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이후 서울 중심가의 가성비 좋은 호텔로 소문을 타며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소유주인 하나대체자산운용은 이 호텔을 2021년까지 매각해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 호텔은 3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저조한 예약률에 2022년 여름부터 호텔 영업마저 중단하고, 사무실이나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방안까지 추진됐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외국 관광객이 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지난해부터 여행 수요 폭발로 호텔 실적이 빠르게 정상화하자, 기관 투자자들이 호텔 투자에 다시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 호텔은 이달 초 부동산 투자 전문 회사에 2282억원에 팔렸다. 시장에 나온 지 3년여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호텔을 인수한 투자회사는 글로벌 호텔 운영사를 유치해 호텔 문을 다시 열기로 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호텔은 기피 자산으로 꼽혀, 사무실·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를 바꿔 개발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서울 시내 주요 호텔 객실 점유율(OCC)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픽=박상훈

◇국내외 투자자 호텔 인수 경쟁

코로나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던 호텔 매물들이 잇따라 팔리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매각 입찰에는 국내외 투자사 4곳이 몰렸다. 콘래드 서울은 여의도 IFC에 포함된 5성급 호텔로 434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 끝에 우선 협상 대상자로 ARA코리아자산운용이 선정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랜만에 나온 서울 5성급 호텔 매물인 데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도 안정적인 객실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했다”며 “ARA코리아가 4000억원 초반대로 가장 높은 매각가를 써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시장에 나온 다른 호텔 매물들도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신한리츠운용은 서울 종로구 ‘신라스테이 광화문’을 2890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호텔 실적이 급속히 개선되는 만큼, 리츠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 기간인 2020년 이 호텔의 평균 객실 가격(ADR)은 8만7500원이었으나, 작년 8월에는 15만6500원이 돼 약 2배로 뛰었다. 지난해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서울 중구 ‘나인트리 호텔 동대문’을 540억원에 인수했다. 이 밖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서울 마포구 ‘신라스테이 마포’ 인수를 추진 중이고,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최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L7′ 호텔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래픽=박상훈

◇역대급 실적에 호텔 투자 심리 회복

투자자 외면을 받던 호텔이 활기를 띠는 것은 호텔 실적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2020년 36.2%까지 떨어졌던 서울 지역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2022년 61.2%로 회복하더니 작년 4분기에는 82.7%까지 올랐다. 객실 가격도 껑충 뛰었다. 2020년 11만원으로 떨어진 평균 객실 가격(ADR)은 지난해 17만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서울 시내 5성급 특급 호텔의 ADR은 사상 최고인 33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호텔 업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작년 영업이익은 403억원으로 전년(222억원)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6% 늘어난 1032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신라호텔은 사상 최대 매출 6347억원에 영업이익 687억원으로 작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컬리어스의 장현주 이사는 “개발 비용 상승과 자금 조달 시장의 어려움으로 호텔을 오피스 등으로 개발하는 투자는 위축된 반면, 해외 관광객 회복으로 호텔 운영 수익 증가를 기대하는 투자 심리는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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