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성공, 더 많은 인력 투자에 달렸다”
5월 첫 활용 연구실험 앞둔 ‘라온’…24시간 가동하며 연속 실험해야
세계 최고 수준 시설 능력 발휘…한국 정부 자금-인력 지원 절실
나이절 오어 프랑스 국립핵입자물리연구원(IN2P3-CNRS) 시니어사이언티스트는 올해 첫 활용연구 실험을 앞둔 라온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선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금 지원 승인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이온가속기는 희귀 동위원소를 찾아내고 핵입자물리학 기초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연구시설로 기초과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불린다. 올 5월 첫 활용연구 실험이 이뤄질 예정이다.
오어 박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IRIS)가 라온으로 진행할 활용연구 실험을 선정하기 위해 이달 초 구성한 활용프로그램자문위원회(PAC)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첫 활용연구 선정을 위해 이달 초 방한했다. 약 1조5000억 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불리는 라온의 첫 임무를 선정하기 위해 모인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라온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오어 박사는 큰 규모의 자금이 투입돼 정교한 기술력을 구현한 라온이 충분히 활용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인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온과 비슷한 수준의 가속기를 갖춘 과학 선도국과 비교하면 인력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IRIS의 라온 프로젝트에는 행정 인력을 포함해 약 140명이 투입됐다. 프랑스 국립가속기연구소인 가닐 연구소가 300명의 연구 인력을 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오어 박사는 “라온을 건설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유의미한 인력 충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훌륭한 가속기가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맨파워’이며 단순히 인력을 충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질의 인력을 길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라온에 투입된 연구자들이 실험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오어 박사는 “라온은 24시간 가동하며 실험을 수행해야 하지만 한국의 인력은 제한된 시간만 근무할 수 있어 밤에는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정된 시간만 가동할 수 있다는 제한점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라온 실험에 참여하는 데 망설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적인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는 데 있어 인건비를 절약하거나 필요한 규제를 풀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한국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어 박사는 몇 년 후면 라온이 과학 선도국들의 가속기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온은 중이온가속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희귀동위원소 생산을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전류 저에너지 빔 생성법(ISOL)과 소전류 고에너지 빔 생성법(IF)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한다. 이를 통해 다른 가속기들이 만들지 못하는 원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희귀동위원소가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로는 암 치료를 위한 입자 치료기를 꼽았다.
그는 “더 빠르고 강력하게 암세포를 타격하는 빔을 쏠 수 있는 입자를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며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속기의 첫 성과는 의료 분야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인프라가 발달한 한국은 가속기 연구자들과 의학자들이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과학기술이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성과를 빠르게 도출하기 위해선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신뢰하는 정부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이온가속기
수소이온과 그보다 무거운 중이온을 초전도 가속기로 가속해 엄청난 속도로 표적물질에 충돌시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들을 만들어내 그 성질을 연구및 규명하기 위한 시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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