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나만 할 수 있는 것 찾아가는게 예술”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4. 3. 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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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늦은 오후.

흰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사람은 이날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손열음(38)이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예술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곡이 하나 있다고 하면 이미 좋은 리코딩도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러면 나까지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죠. 지금 저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가장 오리지널하게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을까. 그걸 늘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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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 주최 팬미팅서 200여명 만나 입담 뽐내
아농-체르니 곡으로 공연 시작… 재미없는 연습곡만 작곡한 건 아냐
글도 잘 쓰던데 원동력은 어디서?… 원래 호기심 많아 이것저것 일 벌여
연주 중 입으로 중얼거리던데… 음이름 말해가며 감각을 집중해요
13일 서울 애플명동에서 열린 ‘투데이 앳 애플 세션’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가운데 흰옷 입은 사람)이 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평소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때그때마다 마주치는 일들을 즐기고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애플뮤직 제공
13일 늦은 오후. 서울 중구 애플명동에 200여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애플뮤직이 마련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하는 투데이 앳 애플 세션’을 보기 위해 모여든 음악 팬들이었다. 대형 스크린 한쪽에 놓인 피아노를 사진 찍기도 하고 서로 귀엣말을 주고받기도 하던 팬들은 사회자의 소개말에 눈을 반짝이며 갈채를 보냈다. 흰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사람은 이날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손열음(38)이었다.

손열음은 짧은 피아노 곡 두 곡으로 이날의 문을 열었다. 그가 애플뮤직 EP(곡 수가 적은 싱글 음반)로 공개한 아농(하논)의 ‘그레그와의 당나귀 론도’와 체르니의 ‘로드 변주곡’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쳐 본 재미 없는 연습곡만 지은 게 아니라 아름다운 작품도 많이 남긴 작곡가들”이라고 소개했고 관객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관객과의 화기애애한 문답 시간이 이어졌다. ‘열음 씨를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켜본 오랜 팬’이라고 소개한 한 관객은 “글도 잘 쓰고 리더십도 있는데 어디서 원동력을 얻나”라고 질문했다. 손열음은 “연주는 직업이다. 회사원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데드라인, 마감은 원동력의 큰 원천이다”라고 운을 뗐다. 큰 웃음이 터졌다. “또 하나는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이건 뭘까, 저건 뭘까 하다가 일이 점점 되어 나간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한 팬은 ‘연주하면서 중얼거리는데 이유가 뭔지’라고 물었다. “아, 음이름을 이렇게 입으로 말하는 거예요. 솔미시 솔도라미….(웃음) 감각을 하나 더 쓰는 거니까, 여러 가지 감각으로 했을 때 집중이 더 많이 되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와 함께 내놓은 음반 ‘러브 뮤직’. 애플뮤직 제공
세상에 대한 ‘화두’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예술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곡이 하나 있다고 하면 이미 좋은 리코딩도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러면 나까지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죠. 지금 저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가장 오리지널하게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을까. 그걸 늘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이날 마지막 연주곡을 그는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으로 장식했다.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와 함께 내놓은 음반 ‘러브 뮤직’에 실린 곡이지만 이 세션에서는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연주했다.

손열음과 루세브 두 사람은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도 연다. ‘러브 뮤직’에 실은 왁스만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주제의 러브 뮤직’ 등을 연주한다. 루세브는 손열음이 2018∼2022년 예술감독을 맡았던 평창대관령음악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비롯해 이 오케스트라를 계승한 ‘고잉홈 프로젝트’의 악장 등 여러 실내악 무대에서의 파트너로 손열음과 찰떡 호흡을 맞춰 온 ‘환상의 짝꿍’이다. 손열음은 “음반과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주될 곡들은 로맨틱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웃음 지었다.

세션을 마친 뒤 매장을 빠져나오던 한 음악 팬은 “무대 멀찍이서 보던 음악가를 바로 앞에서 만나고, 얘기하는 것도 직접 들으니 한결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애플뮤직 클래시컬’ 한국판을 론칭한 애플뮤직 코리아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한 클래식 음악가를 ‘투데이 앳 애플’에 초대해 애플뮤직 클래시컬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콘서트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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