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대사관서 순국 외교관 이한응 열사 임명 123주년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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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나라의 주권 없어지고 사람의 평등을 잃으니 무릇 모든 교섭에 치욕이 망극할 따름이다. 진실로 핏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찌 견디어 참으리오."
이날은 일본의 국권 침탈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다가 순국한 대한제국의 외교관 이한응 열사(1874∼1905)가 영국·벨기에 주차공사관 3등 참사관으로 임명된 지 123년 되는 날로, 주영대사관은 이날 이를 기려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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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오호라 나라의 주권 없어지고 사람의 평등을 잃으니 무릇 모든 교섭에 치욕이 망극할 따름이다. 진실로 핏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찌 견디어 참으리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영 한국대사관(대사 윤여철)에서는 119년 전 풍전등화 같은 조국의 운명을 앞에 두고 대한제국 외교관이 마지막으로 토한 울분이 다시 울려 퍼졌다.
이날은 일본의 국권 침탈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다가 순국한 대한제국의 외교관 이한응 열사(1874∼1905)가 영국·벨기에 주차공사관 3등 참사관으로 임명된 지 123년 되는 날로, 주영대사관은 이날 이를 기려 행사를 열었다.
공사 민영돈과 3등 참사관 이한응은 1901년 당시 국제 외교무대 중심지였던 런던에 부임해 주영 공사관을 개설했다.
일제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민영돈이 해임돼 1904년 귀국하자 이한응 열사는 대리 공사를 맡아 홀로 외교 활동을 펼쳤다.
영국 외무부에 장문의 메모를 전달해 한국의 독립과 주권을 보장하도록 요청하는 등 끈질기게 협조를 구했으나 영일동맹이 강화되는 와중에 기울어진 국운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 열사는 주권 상실을 막지 못하는 한계를 느끼고 일제가 을사늑약을 강제 체결하기 직전인 1905년 5월 공사관에서 비분을 표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그의 순국은 우리 민족의 항일 의지에 불을 붙였다. 을사늑약이 체결돼 외교권이 박탈되자 민영환, 조병세 열사 등이 이에 항의하며 목숨을 던졌고 2년 뒤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밀사로 파견된 이준 열사가 순국했다.
이날 주영대사관 전 직원과 재영 동포들은 대사관에 설치된 이 열사 동상 앞에 서서 묵념하며 이 열사의 넋을 기렸다.
1988년 재영 한국교민회는 모금운동을 벌여 흉상을 제작해 대사관에 기증했다. 1997년 대사관 이전과 함께 대사관에 보존돼 있다가 이번에 직원과 내외빈이 오가며 그 뜻을 되새길 수 있도록 대사관 입구 쪽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윤 대사는 국권의 상실을 맞는 비통함 속에 순국의 길을 택한 심정을 새기고자 이 열사의 유서를 낭독했다.
윤 대사는 "열사의 숭고한 정신은 나라 사랑, 국익 수호, 자유와 평화, 번영에 대한 외교관의 기본자세를 보여줬다"며 "나라를 잃는 슬픔이 무엇인지 반추하고 주권과 국익을 항상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대사관은 한영수교 140주년인 지난해에는 격랑기 주권을 지키려 한 역사의 현장인 런던 서부 얼스코트의 옛 공사관 건물에 '주영 대한제국 공사관' 동판을 부착해 이 열사의 뜻을 기린 바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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