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최고가에도 웃지 못하는 고팍스…완전 자본잠식 빠져나올 길 있나
재무건전성 입증해야…최악의 경우 원화거래소 퇴출 가능성도 나와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내 5위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위기에 처했다. 과거 투자자들이 예치했던 가상자산이 빚으로 남아 있는데 최근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채무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고팍스가 이달 말까지 재무건전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원화 거래소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최근 고팍스에 이달 말까지 재무건전성 개선 방안에 대한 제출을 요구했다. 전북은행의 요구를 기한 내 지키지 못할 경우 고팍스의 원화거래소 자리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실명계좌 계약 연장에 실패할 경우 원화거래소 자격은 박탈당한다.
전북은행이 재무건전성 개선 방안을 요구한 이유는 현재 고팍스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팍스는 2022년, 202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운용을 맡았던 제네시스 캐피탈이 미국 FTX 파산 영향으로 함께 파산하며 고파이 이용자에게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
고파이 채무 불이행에 따른 채무 금액은 2022년 12월 기준 약 566억원이었으며, 이는 재무제표상 영업 손실 및 부채로 인식됐다.
이후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지난해 고팍스 지분 과반을 인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체불금 일부를 갚으면서 사태가 일달락 되는 듯 보였다. 바이낸스는 최대주주 변경이 완료된 후 고팍스의 남은 빚도 갚을 예정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재무건전성과 최대주주 부적격 등의 이유로 최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를 1년째 미루고 있다.
그 사이 고팍스의 채무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원리금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최근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고파이 상태 발생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2800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억원을 넘은 상태다.
고팍스는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474억원 규모의 고파이 투자금을 부분 지급했지만,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파이 부채가 637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현재 부채 규모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팍스 측은 지난달 16일 고파이 채권단에게 출자 전환을 요청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냈다. 잔여 고파이 채권액에 대해 2023년 12월 31일 기준 원화 시세인 5700만 원으로 고정하고, 해당 시세 기준으로 잔여 고파이 채권액에 대해 주식으로 전환 등을 요청했다.
고팍스 측은 채권단 제안서를 통해 "가상자산의 시세변동으로 인해 지급해야 하는 채권액이 계속적으로 변동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당사의 부채금액도 상승해 이는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도 손익도 적자가 발생해 3개년 연속 적자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에 의거 전북은행과 계약돼 있는 실명확인입출금 계정서비스 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이는 회사의 존속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호소했다.
결국 출자전환에 대한 고파이 채권단의 동의가 실마리가 될 예정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채권단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다만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채권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불확실성은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단 동의를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고팍스가 재무건전성을 입증하려면 결국 수입이 중요하다"며 "현재 시장상황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고팍스가 수입을 어느정도 늘려나갈 수 있을지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고팍스 관계자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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