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중국의 세계지질공원 되나…"역사왜곡 강화 우려"

조채원 2024. 3. 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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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이 중국의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일·한중 역사 왜곡 문제에 꾸준히 대응해 온 서경덕 성신여대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더팩트> 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지금도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고구려·발해의 세력권이었던 백두산이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되면 이 논리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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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공동 역사공간인데…'中 독점' 우려
외교부 "절차 따른 논의… 동향 주시하겠다"

백두산 경관의 주요 부분에 해당하는 천지는 54.5%가 북한에 속한다. / 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백두산이 중국의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한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중국에선 만주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았던 여진족, 만주족의 발상지로 여겨진다.

현재 백두산은 4분의 1이 북한, 4분의 3이 중국 땅이다. 백두산 경관의 주요 부분에 해당하는 천지는 54.5%가 북한에 속한다. 중국은 2020년 자신의 영토에 속하는 백두산 지역을 'Mount Changbaishan'이란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신청했다. 중국 '창바이산'은 이후 17개 신규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와 함께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에서 '등재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권고가 내려진 후보지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집행이사회에서 그대로 인증되는 것이 관례다.

외교부 "관련 동향 계속 주시"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창바이산의 세계지질공원 인증 관련 질문에 "이번 제21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논의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백두산 지역의 지질학적 보호 가치와 신규 세계지질공원 인증 안건 관련 절차에 따라 논의될 것"이란 설명이다. 임 대변인은 "정부는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유네스코가 정한 절차에 따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유네스코는 각 정부로부터 매년 11월 30일까지 신청 서류를 접수받고, 검토 후 신청요약본을 3개월 간 게시한다. 다른 회원국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이듬해 5월부터 8월 사이 2명의 평가자의 현장실사를 거친다. 현장실사 후에는 9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의 심의를 받는데 이 때 승인이 되면 '등재권고'를 받는다. 현재 중국 창바이산은 '등재권고' 상태로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창바이산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관련 질문에 "정부는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임영무 기자

한중 공동 역사공간인데…중국 독점 시도에 '우려'

문제는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대내외적으로 백두산의 역사와 가치를 독점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는 점이다. 이른바 '백두산 공정'이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백두산 명칭 사용을 지양하고 칭바이산을 공식화했다. 2003년 '중화(中華) 10대 명산'을 공식 선정·발표했는데 여기에 백두산이 포함됐다.

북한과 공동으로 또는 독자적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중국은 2017년 백두산을 '창바이산 식생 수직경관 및 화산 지모 경관(Vertical Vegetation Landscape and Volcanic Landscape in Changbai Mountain)'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자연유산 잠정목록에 신청했다. 잠정목록은 세계유산목록 등재를 희망하는 회원국들이 작성한 자국의 유산 목록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신청 전 단계다.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제공하는 지도에는 중국에서 백두산에 해당하는 지역을 '창바이산풍경구'로만 표시하고 있다. 천지는 창바이산 천지(백두산 천지)로 표기돼있다. / 바이두 지도 캡처

백두산은 한반도와 중국 공동 역사의 공간인 만큼 중국의 일방적 독점 시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일·한중 역사 왜곡 문제에 꾸준히 대응해 온 서경덕 성신여대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지금도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고구려·발해의 세력권이었던 백두산이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되면 이 논리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상명 한중연구소 연구위원은 2022년 학술지 '동북아 역사 논총'에 발표한 '중국의 백두산 공정과 대응'에서 "백두산은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역사·문화·자연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충분하고 그 가치는 초국가적"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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